교수기업인 '박희재'의 아름다운 퇴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시장에서 일본 업체를 이기려면 우리 기업들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

박희재 에스엔유 (2,490원 ▼20 -0.80%)프리시젼 대표는 최근 회사 지분 일부와 경영권을 에스에프에이 (25,050원 ▼150 -0.60%)에 매각한 것과 관련,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지난 5일 에스엔유 지분 512만7807주(20.51%) 가운데 344만3200주(13.77%)를 에스에프에이에 경영권과 함께 매각했다. 특히 박 대표는 에스엔유 지분을 주당 전일 종가(4240원)보다 10% 낮은 3815원에 매각했다. 통상 매각한 금액의 20∼30% 정도 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않았다.

박 대표는 "연구개발(R&D) 등 회사에 필요한 자금이 유입되는데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에스에프에이는 박 대표 지분 매입 외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등을 통해 에스엔유 측에 350억원 가량 자금을 투입한다.

박 대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유기증착장비(이베포레이션)는 단일 수주 규모가 500억∼1000억원에 달해 연매출 1000억원 수준인 에스엔유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연매출 1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경제'를 갖춘 데다 유기증착장비 국산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에스에프에이 측과 협력할 경우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에스에프에이와 힘을 합쳐 국내외에서 일본 토키(TOKKI)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 토키를 해당 시장에서 압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유기증착장비는 OLED가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도록 유기발광물질을 기판 위에 정밀하게 입혀주는 기능을 한다. 대당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유기증착장비는 연간 2조원 안팎의 시장이 형성됐으며 이 가운데 90% 이상을 토키가 점유한다.

박 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회사 2대 주주로 남아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에스에프에이가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개인 지분은 5%가량 남게 된다"며 "회사 대표직은 내려놓겠지만 2대 주주로서 임직원들과 함께 유기증착장비 등 연구개발과 기술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부 교수로서 지난 1998년 학내 실험실 벤처 1호로 창업한 에스엔유는 서울대 공대 엘리트 인력들을 주축으로 LCD 검사·측정장비 분야에 진입해 현재까지 이 부문에서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2005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했다.

에스엔유는 LCD 검사·측정장비에서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3년 OLED 유기증착장비 분야에 진입했다. 에스엔유 창업주인 박 대표는 현재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국가CTO(최고기술책임자)로 불리는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장 및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