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서 사업가로…빚더미서 연매출 84억원

머니투데이

상주(경북)=강기준 기자

박동기 효성상회 대표(58). /사진제공=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박동기 효성상회 대표(58)가 제과·제빵 재료 유통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9년이었다. 매물로 나온 회사를 보고 놓치면 안 되겠다 싶어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1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매출은 월 4000만원 정도. 17년이 지난 지금은 월 매출 7억원, 연 매출 84억원으로 성장했다. 성공의 비결은 '빵장수단팥빵'의 박기태 오너 쉐프와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긴 것이다. 박 쉐프가 어려울 때 알게 된 인연으로 빵집을 창업할 때 재료를 공급하며 도움을 줬는데 '빵장수단팥빵'이 대박나면서 덩달아 매출이 급증한 것.

'빵장수단팥빵'은 박 쉐프가 2013년에 대구에서 처음 문을 열었는데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3년만에 매장이 국내외 50여곳으로 늘었다. 가맹점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빵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미리 배합해 믹스로 만들어 제공하기 때문이다. 점주가 특별한 제빵 기술을 익히지 않아도 제품믹스만 사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똑같은 맛을 내는 빵을 만들 수 있다. 점주는 한달여간 교육만 받으면 창업이 가능하다. 단, 직접 빵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책임감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빵장수단팥빵' 덕분에 사업이 대박 난 박 대표는 경북 문경에서 태어났다. 제빵엔 관심도 없었고 사업도 몰랐다.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평범한 월급쟁이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친척 형의 부탁으로 돈을 빌려 투자한게 화근이 됐다. 1989년에 4000만원을 빌려 친척 형 사업에 투자했으나 사업이 실패하면서 박 대표도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당시 월급 100만원 중 대부분을 빚 갚는데 써야 했다. 빚으로 생활이 여의치 않자 박 대표는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1994년에 경북 안동으로 내려가 제빵 관련 사업을 하던 여동생 밑에서 6년간 일을 배웠다. 빚을 전부 갚는데만 10년이 걸렸다. 빚 때문에 그동안 사무실도 임대해 쓰느라 여기저기 옮겨 다녀야 했다. 올해가 돼서야 번듯한 공장을 마련했고 사무실도 조만간 공사가 마무리된다.

그의 꿈은 현재 사업을 '100년 가업'으로 만드는 것. 20살인 막내 아들이 군대에 다녀오면 본격적으로 일을 시켜볼 생각이다. 박 대표는 "맛 있는 빵을 만드는 건강한 재료로 100년 가업을 만들어 100년 기부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