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당뇨신약 '임상환자 모집유예' 배경은?

한미약품 본사 전경/사진제공=한미약품

한미약품 (314,500원 ▲1,000 +0.32%)이 다국적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한 신약의 임상 환자모집이 일시 유예됐다. 얀센과의 기술수출 계약 자체에는 영향이 없지만 신약 개발 '속도전'에서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7일 당뇨비만치료신약 'JNJ-64565111'의 임상1상 환자 모집이 일시적으로 유예됐다고 밝혔다.


JNJ-64565111은 한미약품이 지난해 1월 얀센에 9억1500만달러(약 1조원)를 받기로 하고 기술수출한 신약후보물질이다. JNJ-64565111은 한미약품에 HM12525A라는 이름으로 등록돼있다.

이날 증권가에서는 해당 신약의 임상이 중단됐다는 '찌라시'가 돌았다. 이와 관련, 한 매체가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이 운영하는 임상시험 정보 등록 사이트(clinicaltrials.gov)를 인용해 JNJ-64565111 임상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보도 직후 한미약품 주가는 폭락했고 10.76%(3만7500원) 하락한 31만100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실제 사이트에는 해당 신약후보물질과 관련, 'suspended'(임상 환자모집 유예)로 표기됐다. 임상 환자모집은 물론 임상시험 자체가 종료되는 '임상중단'은 'Terminated'로 표기된다. 환자모집 유예 사실 역시 '찌라시'가 돌기 하루 전인 지난 6일 증권사 리포트를 통해 게재됐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뒤늦게 알려진 찌라시에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임상 환자모집 유예'는 신약 개발과정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 제약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통 해당 질환을 가진 환자가 충분치 않거나 약물 용량을 변경할 경우 환자모집이 일시 유예될 수 있다.

약물 투여용량 결정과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임상1상 단계에서의 환자모집 유예를 약물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단초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1상 이후 임상2상부터 대규모 환자모집을 통해 약물 효능과 유효성을 본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약물 투여용량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환자모집이 일시 유예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미약품이 생산하는 임상시약 생산일정 지연으로 환자모집을 포함한 임상일정이 미뤄진 것으로 봤다. 약물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달 한미약품은 "임상시약 생산일정이 지연됐다"며 사노피로 기술수출한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3상 시작 시점이 올해 4분기에서 내년으로 미뤄졌다고 밝혔다. 임상시약을 생산하는 공장 증설속도가 다소 늦어졌다는 것이다. JNJ-64565111과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핵심 물질은 'GLP-1'으로 같은 공장에서의 시약 생산 지연 탓에 임상이 미뤄졌을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환자모집 유예가 한미약품과 얀센의 기술수출 계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미약품도 "얀센과의 기술수출 파트너십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속도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신약개발 경쟁에서 차질은 불가피하다. 임상 환자모집에 다시 나서기까지의 시간만큼 JNJ-64565111 개발속도가 늦춰지기 때문이다. 앞서 한미약품과 베링거인겔하임의 기술계약 파기 원인 역시 경쟁사보다 뒤처진 개발속도였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글로벌 임상을 담당한 얀센이 환자모집을 유예한 정확한 이유와 임상 재개 시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