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리상승기 취약 대출자 보호 방안 만든다

실직자, 휴업자 등에 대해 대출 원리금 상환을 일시 유예해주는 방안이 검토된다. 서민취약 차주의 경우 담보권 실행(경매) 시기를 기존(연체 후 6개월)보다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연체에 따른 부실채권을 은행들이 조기 매각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연 15%~16%에 달하는 연체이자율을 부과할 때 원금을 제외하고 갚지 못한 이자에 대해서만 연체이자율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업권 반발로 진통이 예상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같은 내용의 ‘한계차주 연체부담 완화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TF에서 논의를 거쳐 내년초 구체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10월말 기준 0.31%를 기록, 관련 통계작성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저금리 효과로 갚을 이자가 줄었기 때문일 뿐 금리가 오르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1300조원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로 접어들면 한계차주의 연체부담이 높아져 연체율이 지금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기존의 채무재조정을 확대토록 은행권에 주문할 방침이다. 한계차주에 대한 채무 상환 유예까지 검토한다. 특히 실직이나 휴업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차주에 대해 원금 또는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가 원리금을 갚지 못해 연체해도 은행이 일정 기간 이상 담보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안도 거론된다. 은행들은 현재 3개월이 연체되면 본점 차원에서 관리한 뒤 평균 6개월 내 담보권을 실행한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받았다면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는 기간이 더 짧아질 수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연체기간 4개월 안에 경매로 넘어가는 비율이 4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담보권을 실행하다보면 자칫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채권자 입장에서도 최대 회수를 할 수 없다”며 “한계차주 보호와 채권 회수 극대화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실채권을 유암코(연합자산관리)에 넘기는 기한을 늦추는 방안도 검토된다. 다만 이 경우 은행권의 부실채권비율 관리 등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연체이자율 부과 체계 개선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하지만 은행권의 반발이 거센데다 국제 기준과 형평성 등도 고려해야 해 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현재 2개월 간 이자를 내지 않으면 지체된 기간의 이자에 대해서만 지연배상금을 부과한다. 연체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이자 뿐 아니라 대출원금에 대해서도 지연배상금을 물린다. 지연배상금은 연체이자율에 따라 결정된다. 연체이자율은 대출금리에 기간별로 5~10%포인트 가산금리를 붙여서 책정되는데 은행별로 연 15%~16%나 된다.

금융당국은 연체 3개월 후라도 원금을 제외한 이자에 대해서만 연체이자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원금에 부과되는 연체이자를 내지 않아도 돼 상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연체차주가 상환을 할 때 연체이자부터 갚는 게 아니라 원금부터 먼저 일부 상환하도록 해 추가로 불어나는 이자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은행권 반발이 거세다. 은행권 관계자는 "원금 또는 이자를 2회 이상 연체하면 기한이익이 상실돼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할 수 있는 것이 민법상의 권리"라면서 "대출자의 연체이자 부담을 덜어 주려다가 도리어 도덕적 해이만 부추겨 연체율이 치솟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연체 관련 기준을 조정하면 우리나라 은행권 연체율에 대한 신뢰가 사라질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