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소통한다더니…"또 늦은 한미…시총 1조 증발

한미약품이 얀센에 1조원대로 수출한 신약 임상시험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에 폭락했다.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총 시가총액이 약 1조원 증발했다. 지난달 30일에 발생한 일이지만 한미약품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사태를 더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미약품 연구센터 전경

특히 ‘늑장공시’ 홍역을 치르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 크다. 이미 일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임상시험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사실이 먼저 시장에 돌았다.


7일 한미약품 (308,500원 ▼7,500 -2.37%)은 전일 보다 10.76% 하락한 31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7%이상 폭락하며 30만원선이 깨지기도 했다. 장중 30만원이 깨진 것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계열사인 한미사이언스 (32,000원 ▼700 -2.14%) 역시 이날 14.8% 급락했다. 이날 하루에만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시총이 각각 3910억원, 6120억원 줄었다.

이날 급락의 원인은 한미약품이 다국적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한 신약(JNJ-64565111)의 임상시험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면서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은 "임상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환자 모집이 유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상환자 모집이 유예된 이번 신약은 당뇨비만치료제로 지난해 1월 얀센에 9억1500만달러(약 1조원)를 받고 기술수출했다. 지난달 30일 미국임상정보 공개 사이트에 임상시험 상태가 ‘환자모집유예’(suspended)로 바뀌었는데 이것이 뒤늦게 임상중단(Terminated)으로 잘못 전해진 것이다.


한미약품은 공시를 통해 "환자모집유예는 임상 중 자주 발생하는 일시적 조치"라며 "얀센과의 파트너십에도 전혀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임상중단이라고 알려지며 주가가 급락한 뒤였다. 특히 이미 오전부터 인터넷게시판 등을 통해 "한미약품과 얀센의 계약파기 위험성이 높다"고 시장에 퍼진 상황이었다. 지난 6일 발간된 증권사 리포트에도 ‘환자모집유예’소식이 담겨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한미약품의 적극적 대응이 아쉽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10월말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경우에도 임상 연기 소식을 전하며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아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상태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늑장공시 사태 이후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했으나 또 한발 늦은 감이 든다"며 "제약·바이오의 경우 해외 임상시험 소식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부터 회사가 먼저 임상시험 변경 상황 등을 알렸으면 이 정도까지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들어 전체 거래량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이달 한미약품의 평균 공매도 거래비중은 17%로 지난 11월 평균보다 7%포인트 상승했다.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23%에 달한다. 지난달보다 1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구자용 동부증권 연구원은 "임상 지연에 따른 출시 시점 연기가 예상되고 신약의 불확실성이 증가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임상 진행상황을 확인하면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