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책임 안지는 '수능 출제오류'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17학년도 수능이 치러진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18일 오전, 부산 동래구 부산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3학년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을 하고 있다./뉴스1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도 '출제 오류'가 되풀이되면서 교육계 안팎에서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수능 채점이 끝난 상황에서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못한데다 교육부마저 이렇다 할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8일 교육부와 평가원에 따르면 수능 성적 채점 및 성적 통보 업무는 지난 7일 종료됐다. 그러나 책임 문제에 대한 거론은 없었다. 출제 오류 발생 원인과 개선 대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김영수 평가원장은 지난달 25일 수능 이의신청 검토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수능 한국사 14번 문제와 물리Ⅱ 9번 문제가 각각 복수정답과 모두정답으로 인정됐다"며 출제 오류를 시인했다. 그러면서 "채점과 성적 통보라는 중요한 업무가 아직 남아 있어 급한 일부터 마무리하고 책임질 일은 그 때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 평가원장은 없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수능 정답 확정일 이후 20일이 지나도록 일언반구 사과조차 없다. 지난 2014·2015학년에도 출제 오류가 나오면서 당시 김성훈 평가원장이 즉시 사퇴의사를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책임을 통감하며 공식 사과한 바 있다.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 논란과 최순실 게이트, 대통령 탄핵 등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면서 수능 출제오류에 대한 비판이 상대적으로 덜하자 '책임 논란'이 유야무야 되는 분위기다. 수능은 전국 60만여 수험생의 장래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국가시험이다. 교육부가 출제·채점 등을 평가원에 위탁해 치르는 시험이라는 점에서 교육부가 보다 엄중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2014·2015학년도에 연속해서 출제오류가 발생하면서 수능 개선 자문위원회를 두는 등 무엇보다 오류를 잡는데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또 오류가 났다"면서 "시국이 어수선하긴 하지만 교육정책 컨트롤타워인 교육부가 수능 출제 오류 문제에 대해 보다 진지한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교육장관 사과와 평가원장 사퇴, 교육부 직원에 대한 '떠넘기기식 징계'만을 매번 되풀이할 게 아니라 대학입시제도 설계를 근본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