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 자율주행에 도전장 내민 코스닥기업

◇오늘의 기업=지난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엔지스테크널러지 (2,205원 0.00%)(이하 엔지스)는 독자적인 커넥티드카 솔루션 기술인 'Nav-Link'를 갖고 있다. Nav-Link는 스마트폰이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연결할 수 있게 해준다. 블루투스 방식 연결은 세계에서 유일하다.

엔지스는 2009년부터 글로벌GM의 차량에 Nav-Link를 공급해 로열티 수익을 올린다. 또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Bringo'를 판매한다. 2016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구성은 Nav-link 49.3%, Bringo 44.4%, 기타솔루션 6.2%다.


◇애플·구글 잡을 한국의 대항마=엔지스는 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소비자가전시회)에서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디지털 클러스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폰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가 아니라 운전석에 위치한 디지털 클러스터와 연결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애플의 카플레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는 단순히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미러링 기술이다. 자동차의 속도 제어, 주유량 등 주요 정보가 노출되는 디지털 클러스터와 연결하기 위해서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엔지스의 기술이 적용되면 사용자는 개성 있게 디지털 클러스터를 꾸밀 수 있고, 내비게이션, 날씨 등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골라 노출시킬 수 있다.

박용선 대표는 디지털 클러스터 시장 진출을 통해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GM의 스파크 중 가장 고가의 모델에 Nav-Link를 탑재했지만, 디지털 클러스터 도입이 확대되면 기본 모델에 내비게이션만 가능한 솔루션을 넣고, 고가의 모델에는 운전자가 직접 꾸밀 수 있는 솔루션을 탑재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스마트카 시장은 연평균 29%, 커넥티드카 비중은 8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디지털 클러스터를 채택한 차량도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엔지스는 고정밀 지도를 탑재한 내비게이션을 개발, 자율주행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일반 지도는 차량의 방향만을 표시하지만, 고정밀 지도 내비게이션은 자신의 차가 몇 차선에 있는지까지 알 수 있다.

박 대표는 "엔지스는 디지털 클러스터 시장을 일반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으로 나눠 공략할 계획"이라며 "고정밀 지도를 이용하면 자율주행 차량의 구체적 상태를 디지털 클러스터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애플과 구글을 경계하는 움직임도 기회 요소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구글의 운영체제에 잠식당하는 것을 지켜본 완성차 업체들은 대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회사를 원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정확히 밝히기 어렵지만 이번 CES에서 다양한 완성차 업체들과 미팅을 약속한 상태"라며 "디지털 클러스터 기술도 단순 독자 개발이 아니라 주요 자동차 시스템 업체의 요청으로 개발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엔지스테크널러지가 개발한 디지털 클러스터. 속도와 내비게이션, 차량 안전 주행 등이 모드 디지털 클러스터에 표시된다.

◇시장의 성장성은 확실, 완성차 업체의 채택이 중요=엔지스는 매월 판매된 차량의 로열티를 분기마다 받아 매출로 인식한다. 매달 발표되는 자동차 판매량을 통해 매출을 추산할 수 있는 셈이다. 고정비가 낮아 매출이 늘면 이익률은 급상승하는 구조다.

하지만 로열티만 매출로 인식하기 때문에 3분기 누적 매출액이 28억원에 불과하다. 올해는 모델 교체로 인해 매출이 줄었다. 2015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3억원과 21억원이다.

또 많은 개발비를 투입해 기술을 개발해도 완성차 업체가 최종 선택을 해줘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후 솔루션이 탑재되면 5~10년 해당 차종이 판매되는 동안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한다. 때문에 엔지스는 GM이 아닌 다른 업체로의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북미 최대 위성방송사업자 시리우스와의 합작도 이 때문이다.

엔지스의 발행 주식수는 312만여주다. 박 대표와 특수관계자, 우리사주 조합의 지분을 제외하면 실제 유통 주식수는 150여만주에 불과하다.

박 대표는 "앞으로 주주들의 권익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고민할 것"이라며 "우선 엔지스가 디지털 클러스터 등 신규 사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