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끄떡없다 불안마라" 이헌재식 컨틴전시플랜 통할까

머니투데이

세종=조성훈 기자
정현수 기자
박경담 기자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핀테크·전통산업간 상생발전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전통산업에 핀테크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2016.4.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문제 만큼은 경제 부총리가 책임지고 국민생활 안정과 대외신인도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무디스는 부정적 영향이 없을 것이라 했고 피치는 탄핵안이 국가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지만 투자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없으면 조정은 없을 것이라 밝혔다”
“단기적으로 대응하거나 손절매가 없도록 해야 한다. 주식매입에 관심을 가져 달라”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전격 가결되자 정부는 당혹스러웠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이지만 탄핵 의결정족수인 3분의 2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예상과 달랐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탄핵안 의결 직후 ‘대통령 탄핵사태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탄핵 발표 이후 40포인트(4.6%) 급락한 코스피 지수는 이 부총리의 발언이 나간 뒤 낙폭을 줄이며 21.1포인트(2.4%)하락한 848.8에 마감했다. 다음 개장일인 15일에 주가는 852.3까지 올라 안정세를 되찾았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이헌재 효과 덕분“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탄핵이 발효된 12일 하루에만 한강다리를 7번 넘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 부총리는 분주했다.

탄핵안이 통과되자마자 그는 곧장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고건 국무총리를 만나 경제문제를 협의했다. 경제는 부총리가 알아서 안정시켜 달라는 고 총리의 주문을 받자마자 재정경제부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해외 신용평가사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제업무정책관을 맡았던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당시로선 제일 시급한 게 외국 투자가들을 안정시키는 것이었다”면서 “그 사람들이 불안해 돈을 빼면 외환위기도 올 수 있어 이 부총리가 국제기구나 신용평가사 등에 바로 연락을 취하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이 부총리는 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평가 책임자들로부터 “국가 신용등급을 낮추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아 냈다.

그날 밤에는 IMF·OECD·IBRD 등 국제기구, 무디스·S&P·피치 등 글로벌신용평가사, 골드만삭스·JP모건 등 투자은행을 포함 1000여개 기관에 본인 명의의 이메일을 보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한국이 성장 기조의 경제정책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루 뒤인 13일에는 17개 경제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경제장관회의를 열었다. 이례적으로 전 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논의과정을 감추면 오히려 국민들이 불안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언론을 통해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해 시장과 투자자들을 안심시킨다는 전략적 의사결정이었다.

경제지표는 안정을 되찾았지만, 대외신인도는 여전히 고민이었다. 이 부총리는 2004년 4월23일부터 8일 동안 홍콩, 런던, 뉴욕 등에서 한국경제설명회를 열었다. 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 담당자들을 만나고, 외신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뉴욕에서는 시티그룹과 JP모건, 리먼브라더스 회장과 면담했다.

권 원장은 “당시 나를 비롯해 각 파트에서 조직적으로 시장안정과 대외신인도 향상을 위해 움직였다”며 “나중에는 오히려 대통령 없어도 시스템으로 잘 돌아간다고 외신보도가 나오고 하니 청와대에서 되려 안 좋아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현재 이헌재 부총리의 대처방식을 검토해 탄핵안 가결에 대비한 컨틴전시(비상) 플랜을 수립해 놓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탄핵 이후 상황에 대비한 시장안정 메시지나 긴급대응회의 등을 준비중인 것은 맞다”면서 “과거 탄핵사례가 있는 만큼 그에 준해 대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과거와 경제여건이 다른 만큼 시장에 미칠 파장이나 대응책의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며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