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총리, 변화보다 안정된 국정운영에 '올인'할 듯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황교안 국무총리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12.06.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권한 대행을 맡게 될 황교안 국무총리의 행보가 관심사다. 권한이 정지된 박 대통령을 대신해 경제 부총리 등 내각 임명 제청권과 공무원 임면권을 행사할 지, 또 한다면 이를 어느 범위 내에서 할 지 등이 이슈다.

8일 국무총리실 등에 따르면, 황 총리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소추의결서가 청와대 박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즉시 권한대행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육·해·공군 등 군 통수권과 공무원 임면권,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주재, 외빈 접견 등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조약체결 비준권, 헌법개정안 발의·공포권, 국민투표 부의권, 헌법기관 임명권, 행정입법권 등의 권한이 포함된다.

총리경호도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경찰청에서 파견된 10여명의 전문 경호인력이 총리경호를 담당했지만, 앞으로는 청와대 경호실에서 파견된 경호요원들을 중심으로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가 이뤄진다.

총리실은 그동안 국무조정실이 주축이 돼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및 업무범위 등에 대해 헌법학자 등 학계 전문가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을 위한 명시적 복무규정이 없는 데다 학자 등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개인 성향이나 경력 등에 따라 엇갈려 결론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 내각 임명 제청권, 공무원 임면권 행사여부가 특히 그렇다.


이와 관련,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권한대행을 맡게된 고건 전 국무총리를 둘러싼 일화가 있다. 고 건 대행은 자신의 회고록 ‘국정은 소통이더라’에서 탄핵안 가결 이후 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당시 위기관리 내각의 국무회의에서 강금실 법무장관이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권한을 소극적으로 대행하는 것이지 적극적인 대행을 할 수 없으며 탄핵 소추를 취하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발언했을 때, ‘발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했고 한 번만 더 그런 언행을 한다면 법무장관직에서 물러나게 할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보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각 임명 제청권과 공무원 임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여지가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총리실은 다르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권한 대행으로서 국정을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로 받아 들인다”며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어진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지, 자제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결론 난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촛불민심으로 표출된 국민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황 총리는 권한행사 보다는 국가안보와 경제·사회적 안정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실제 황 총리가 권한대행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법률적으로 권한이 주어져도 정치권 특히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동의없이 권한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고건 전 총리의 경우를 미루어 보면, 황 총리는 탄핵이후 국방·외교·안보·경제 현안 등을 챙기면서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강조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 4대 열강 및 각국 외교사절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의 대외정책에는 추호의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때문에 권한대행이 된 황 총리 역시 고건 전 총리처럼 안보태세 확립을 위한 전국 비상경계태세 조치를 우선 발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