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전 오늘...전두환 정권, 언론·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다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창작과 비평' 홈페이지 캡처

1980년 전두환 정권은 사회 정화와 건전한 언론 육성 등을 명목으로 정기간행물의 등록을 취소하고 언론을 통폐합했다.

특히 주간·월간·계간지 등 172개 정기간행물의 등록을 취소했는데 여기에는 계간지 '창작과 비평'도 포함됐다.

창작과 비평은 다양한 문학작품과 문학평론, 사회과학, 역사학, 철학 등을 실어 70년대 문예사상계에 큰 흐름을 주도했다. 때문에 대학생과 지식인들의 호응을 받았는데 이는 정부 입장에선 눈엣가시로 여겨졌다.

결국 창작과 비평은 창간 14년 만에 통산 56호를 마지막으로 문을 닫게 됐다. 이후 월간지나 계간지의 발행허가를 얻기는 매우 어려워졌고 실제로 신규로 등록된 잡지는 거의 없었다.

다만 연 1회 잡지를 내는 경우엔 따로 등록하지 않아도 됐다. 때문에 폐간된 잡지들은 대부분 부정기 간행물(무크지) 형식으로 특수 단행본을 찍어냈는데 당시 이런 성격의 무크지는 10여종에 달했다.

폐간된 창작과 비평 역시 폐간된 지 5년 만인 1985년 10월 같은 제호의 무크지로 다시 나왔다. 계간지 때와 마찬가지로 소설과 문학평론, 사회과학논문 등을 실었다. 무크지였지만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뤄 독자들의 지적 갈등을 풀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985년 12월9일. 서울시가 창작과 비평사의 출판 등록을 취소했다. 서울시는 "창작과 비평이 이미 등록 취소됐는데도 허가를 받지 않고 복간했기 때문에 출판사 및 인쇄소의 등록에 관한 법률 근거에 따라 출판사의 등록 자체를 취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5년 전 폐간된 계간지의 취지를 계승하자는 뜻에서 발행된 부정기 간행물인데 제목이 같고 창작과 비평을 계승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등록을 취소한 것이다.

창작과 비평사의 출판 등록 취소는 언론 출판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출판·문화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2년 후인 1987년 10월 정부는 출판 자유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로써 폐간됐던 잡지들도 복간할 수 있었다.

창작과 비평도 부정기 간행물로 펴낸 '창작과 비평'(1985년)과 '창비 1987'(1987년·창작사)를 통산 권수에 포함시켜 1988년 통권 59호로 맥을 다시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