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디데이' 정해졌지만 '폭탄' 안고 심사

정부가 오는 17일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확정했다. 로비 의혹 등 오랜 논란 끝에 '디데이'(D-day)가 정해지자 대다수 입찰 업체는 정부 결정을 반기며 막바지 준비에 돌입했다. 그러나 선정 결과 번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우려와 불안을 완전히 떨치진 못했다.



정부와 재계를 상대로 면세점 로비 의혹을 추궁해온 야당은 심사 중단을 요구했고, 일부 시민단체도 정부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관세청은 8일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특허심사를 실시해 17일 저녁 8시쯤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입찰업체들에 심사 일정을 통보했다. 15~16일 강원·부산·서울 중소·중견 면세점 심사에 이어 17일 오후에는 서울 대기업 면세점 특허의 당락을 가를 PT(프레젠테이션) 및 심사위원 질의응답이 진행된다.

PT 순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 HDC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SK워커힐면세점, 롯데면세점 순이다. 관세청이 구성한 10~15명의 심사위원이 업체별로 평가해 상위 3곳을 선정한다.

면세점업계는 관세청의 결정을 반겼다. 피로도 높은 치열한 입찰경쟁을 하루빨리 끝내고 싶기 때문이다. 한 입찰업체 관계자는 "입지 건물 계약과 브랜드 입점, 고용 및 투자계획 수립 등 특허심사 준비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했기에 결론이 빨리 났으면 한다"며 "심사일이 정해진 만큼 남은 기간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연루된 면세점 사업 로비·특혜 의혹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은 입찰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업자 선정을 강행했다. 그러면서도 불거지는 논란을 의식해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도 추후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취득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사전승인 또는 특허를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은 업계에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특허 취소시 차점자를 선발할지, 재심사를 할지 오리무중인데다 그동안의 심사과정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승자와 패자 모두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며 "폭탄을 안고 심사를 받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데다 9일 국회 표결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도 면세점 뇌물죄 혐의가 적시돼 사업자 선정은 여전히 '예측불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정치권은 정부에 심사중단을 요구했다. 김현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더 큰 혼란을 야기할 특허 취소까지 감안하며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사업자 선정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의 관세청 감사를 추진하는 김종민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감사 청구작업에 속도를 내는 등 국회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도 정부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에 심사중단을 요청하는 항의 서한을 제출하며 "정부는 뇌물에 의한 대가성을 의심할 만한 면세점 선정작업을 당장 멈추고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