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탄핵당시 위기극복 주역들 "국가안보·경제는 빈틈없이 챙겨야"

고건 전 총리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주최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16.5.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덕수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파리협정 비준 성공을 위한 한미 협력 방안 간담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16.9.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가안보가 제일 중요하다"(고건 전 국무총리)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대외신인도를 유지해야 한다"(한덕수 전 국무총리)


12년 전인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초유의 탄핵 당시 국정공백의 위기를 극복한 주역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정치적 여파를 우려한 듯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안보와 경제를 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고건 당시 총리는 8일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극구 사양했다. 그는 "정치를 접기로 한 이후 지난 10년간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 정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고 총리가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 권한대행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하고 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선 "(비상경계령은) 당연하다"며 “국가안보가 제일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정 공백기 북한 도발에 따른 안보 위협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의미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용과 도전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8.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시 고건 총리를 보좌한 한덕수 국무조정실장(현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전 국무총리)은 탄핵안 가결 이후의 대처에 관해 "위기상황에서는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국민들 모두 불안해 할 것이므로 정책의 일관성 유지하고 대내외에서 동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시점에서 특별히 뭘 더 하려고 하지 말고 하던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게 중요하다”며 “늘 그랬듯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노 대통령 탄핵 당시와 현재와 차이점에 대해 “경제는 그때가 지금처럼 아주 나빴던 것도 아니지만 단순 비교하기가 어렵다”며 “정부 관료들이 동요하지 말고 평소처럼 잘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2004년 탄핵은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 주도로 이뤄졌다. 정부 관계자들조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것이라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탄핵안 처리가 현실화되면서 정부와 시장의 혼란이 극심했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고 총리과 총리권한대행이 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각각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권력공백을 무난하게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헌재 당시 부총리는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이 부총리와 호흡을 맞췄던 권태신 당시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현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그때는 정권 초기였고 권한대행이던 두분이 행정경험이 풍부하고 정쟁에 직접 관여된 분들도 아니어서 말만 탄핵이었을 뿐 시스템이 유지됐다”며 “지금은 말 그대로 시스템이 붕괴되고 앞으로의 진로도 불분명한데다 경제여건도 훨씬 좋지 못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정국 주도권이 야당에 있으니 여야가 탄핵을 주도하고 내년 대선을 놓고 정쟁을 해도 경제에는 영향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특히 경제는 부총리에 권한을 많이 줘서 안정시키는게 중요하므로 임종룡 내정자를 선임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