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대신 촛불?…정국불안에 우는 영화株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연말 성수기를 맞은 영화시장이지만 탄핵 정국 등에 발목이 잡혀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말 촛불집회가 이어지면서 영화 관람객 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중국 한한령(한류콘텐츠 규제) 우려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판도라' '마스터' 등 기대작 개봉이 대기하고 있고 탄핵안 국회 통과 가능성이 나타나면서 관객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남아있는 터라 반등 가능성도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다.

8일 CJ CGV (5,840원 ▲40 +0.69%)는 전일대비 1.5% 오른 6만1500에 거래를 마쳤다. 제이콘텐트리 (14,460원 ▲20 +0.14%), 쇼박스는 0.2%씩 상승했고 NEW는 3% 하락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증시 불확실성 제거 기대로 반등했지만 영화주들은 최근 한 달간 각각 12~24% 가량 하락했다. 최근 상영관의 공격적인 확대를 진행하고 있는 제이콘텐트리만 5% 오르며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지난달 본격화된 중국의 한한령 우려에다가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관객 수가 급감한 영향이다. 지난 11월 국내 박스오피스 관객수는 1300만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17% 감소했다. 6차에 걸친 촛불집회로 주말 관객수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11월 박스오피스 매출액도 전년동월 대비 13% 감소한 1039억원을 기록하며 역성장했다. 다만 티켓가격 차등 적용으로 매출액 감소폭은 관객수 대비 상대적으로 적었다.

정국 불안, 화제작 부재 등 일시적인 영향도 있지만 국내 영화 관객 시장 성장률이 구조적으로 둔화기에 들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간으로도 지난해까지 관객 수 성장세를 보여 왔지만 올해 11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관객수가 첫 역성장하면서다. 올 초 대비 CJ CGV와 제이콘텐트리 주가도 반토막 났다.

대내외 악재에 투자심리가 위축된데다 국내 영화 매출도 역성장을 나타내면서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 누적 박스오피스 실적이 한국과 중국 모두 감소하고 있어 상영관 사업자의 실적 가시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지난 4분기 한국 박스오피스는 전년동기 대비 7.7% 감소했고 중국도 14.6%나 줄었다. CJ CGV의 4분기 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146억원으로 1주일 전에 비해 4% 하향 조정됐다. 한달전에 비해서도 6% 낮춰졌다. 메가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제이콘텐트리도 한달 전 컨센서스에 비해 6% 하향 조정되는 등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다만 탄핵안 국회 처리를 하루 앞두고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진정될 것이란 예상이 증시 전반에 퍼지고 있고 12월 판도라, 마스터, 로그원 등 대형작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반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재난형 블록버스터인 '판도라' 배급사인 NEW의 경우 흥행 기대감으로 지난 달 한한령 여파로 하락한 수준을 거의 회복했고 '마스터' 배급사인 CJ E&M도 최근 3일간 상승하는 등 반등을 시작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11월 촛불집회 영향도 있었지만 국내 영화 흥행작이 없었던 영향이 크다"며 "12월엔 판도라, 마스터 등 기대작이 개봉될 예정이어서 11월 관객부진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내년 역시 대형 스포츠행사가 없는데다 국내외 기대작 개봉이 많아 올해 대비 우호적인 환경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티켓가격 차등화와 단가가 높은 4DX 등 특화관 확대 등으로 인당 매출액도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