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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역사박물관님, 편향 사관 비판해서 죄송합니다."

하나의 역사적 사실과 관련해 부정적 사실관계 소개 안 하는 것, 그것이 왜곡과 미화다

현장클릭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입력 : 2016.12.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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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를 맺기 전에 일본 군함 운요호가 강화도 앞바다를 불법으로 침입하고, 연안 포대 포격을 빌미로 일본과 협상을 시작했고… 이런 사실을 자세히 다루는 것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안 다룬다고 강화도조약 미화라고 말할 수 있느냐 말입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시작한 특별전 '1876년 개항, 대륙에서 해양으로' 전시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쓰고 난 뒤 면담을 요청해 온 박물관 관계자의 말이다. 이 박물관 관계자는 "강화도조약에 관련된 일부 부정적인 사실을 소개하지 않았다고 왜곡이고 미화라고 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당황스러웠다. 부정적인 사실관계를 소개하지 않는 것이 왜곡이고 미화가 아니면 무엇이 왜곡이고 미화일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서술할 때 산업화 성과만을 서술하고 유신 독재와 김대중 납치사건, 민청학련사건 등 민주화 열망 탄압을 서술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왜곡이고 미화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또는 가설을 의미하는 단어가 ‘사관(史觀)’이다. 역사학자들은 역사를 서술할 때 수많은 사료 가운데 어떤 것을 쓸지 골라낸다. 그리고 그것을 해석한다. 그 과정에는 사관이 큰 역할을 한다. 같은 사료를 놓고도, 사관의 차이에 따라 정 반대의 역사 서술이 가능해지는 이유다. 역사를 텍스트로 서술하는 것이 아닌 전시장에 선보이는 역사박물관 학예사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전의 제목과 내용은,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시작된 개항이 ‘대륙에서 해양으로’ 우리의 세계관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가설’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관련 사료들을 소개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강화도조약을 긍정하는 논리는 그동안 꾸준히 ‘식민사관(식민지근대화론)의 전제’라고 비판받아왔다. 조선 후기 시작된 내재적 발전의 양상을 무시하고, 개항으로 근대가 시작됐다고 보는 관점에 대한 비판이다.

앞서 대표적인 뉴라이트 학자로 분류되는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한국현대사학회장)도 2013년 “강화도조약은 근대화와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조선의 자주적 판단으로 맺어진 조약이며, 불평등 조약이 아니다”라고 밝혀 기존의 역사서술을 부정하고 강화도조약을 긍정한다는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이 박물관 관계자들은 “고종이 직접 통치를 하면서 조선이 쇄국정책을 바꾸었다는 것은 현행 검인정 교과서에도 서술돼있는 공인된 역사적 사실”이라며 전시에 담긴 시각에 문제가 없음을 주장했다. 그 근거로 비상교육에서 발행한 중등 역사교과서를 제시했다.

[현장클릭]"역사박물관님, 편향 사관 비판해서 죄송합니다."
이런 문제 제기에 올해까지 전국 고등학교에서 사용한 8종 한국사 교과서에 수록된 강화도조약 내용을 모두 살펴보았다. 그 결과 비상교육의 한국사를 포함해 다른 교과서 대부분이 강화도조약을 맺기 전 무력시위를 포함한 일본의 강요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박물관 측이 주장하는 '강화도조약이 고종의 의지로 체결됐다'는 맥락의 서술은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검정 교과서 중에서도 소수만이 선택한 관점을 보편적인 학설인 양 전시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계자들은 “박물관을 찾아오려고 했던 국민들이 앞으로 우리 전시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448억 원을 들여 개관하고 매년 100억 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되는 박물관의 전시에서 국민들은 편향된 사관을 확인하기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국립 역사박물관인 만큼, 역사학계 및 국민의 역사인식과 부합하는 전시를 열기를 바란다.

김유진
김유진 yoojin@mt.co.kr twitter

머니투데이 문화부 김유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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