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후 타오른 104만 촛불…#축제 #평화 #시작

10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7번째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촛불은 승리를 즐겼지만 취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축제 분위기는 더했지만 절제된 분노, 냉엄한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시민들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외침도 함께 나왔다. 못다 푼 가슴속 울분은 불꽃으로 쏘아 올렸다. 또 한번 100만 평화 촛불은 서울 도심을 장식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0일 오후 6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7차 범국민행동'(7차 촛불집회)을 개최했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으로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가 처음으로 열린 10월 29일 이후 7번째이자 탄핵안 가결 이후 첫 주말 집회다.

이날 집회에는 밤 8시30분 기준 주최 추산 80만명이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한 시점 최대인원(연인원 제외)을 세는 경찰 추산으로는 저녁 7시30분 기준 12만명이 모였다.

서울을 제외하고 지방에서도 주최추산 24만3400명, 경찰 추산 4만6000명이 촛불을 들었다. 전국기준으로 104만3400명(경찰추산 16만6000명)이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퇴진행동은 부산에서 10만명, 광주에서 7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도 7000명이 모였다.


퇴진행동은 "탄핵은 촛불의 성과이지만 여전히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한다"며 "헌법재판소 사거리까지 행진한 시민 3만여명도 탄핵 인용 구호를 외쳤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데다 영하를 넘나드는 날씨에 참가자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 주말(전국 232만명)에 비해 줄어들었다.

하지만 '시민의 승리'를 자축하는 기운 덕에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활기찼다.

청와대 앞 200m 부근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참가자들은 폭죽을 쏴 올렸다.

본 집회 무대에 오른 가수 이은미씨는 "각자 자리에서 촛불 켜주신 모든 분들 고생하셨다"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이어 주최 측이 준비한 대형 폭죽이 하늘을 수놓았다. 행진과 집회 장소 곳곳에서 "우리가 승리했다"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이제 산 하나를 넘었을 뿐 축배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곳곳에 나왔다. 시민들은 탄핵안 가결과 무관하게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본 집회 후 이어진 청와대 방향 2차 행진에선 시민 일부가 헌법재판소 정문 앞으로 몰려가 탄핵안 인용을 요구했다.

평화집회 기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집회 본 행사 대부분이 마무리된 밤 11시 기준 경찰에 연행된 인원은 0명이다. 일부 집회 참가자가 경상으로 소방당국을 찾았을 뿐 중상자도 없었다. 별다른 충돌이 없어 경찰 부상자도 0명이다.

맞불시위도 있었다.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 지지모임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 4만명(경찰추산)은 광화문광장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집회 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행진 후 해산했다. 하지만 일부 회원들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몰린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로 향했다.

이들은 작은 태극기를 손에 들고 행진 내내 '선동탄핵 원천무효' 등 구호를 외쳤다. 지켜보던 시민들은 '탄핵찬성'이라고 외치며 되받아쳤다. 10여분간 대치로 고성과 욕설이 오간 끝에 보수단체 회원들은 발길을 돌렸다. 다행히 다치는 사람 없이 신경전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