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탈당파 "새누리당은 썩은 고래…정치적·법적 해산해야"

머니투데이

배소진 기자

새누리당 탈당파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정국수습책으로 '새누리당 해체'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낡은 집을 '리모델링'하는 수준이 아닌 빈 땅에서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새누리당 복귀설을 일축하며 새로운 시스템의 신당창당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새누리당 탈당파 모임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가졌다. 박 대통령 탄핵 이후 첫 모임이다. 탈당파모임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 정두언·정태근·김정권·정문헌·박준선·김동성·이성권·김상민 전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남 지사는 박 대통령 탄핵 가결에 대해 "권력복종과 반헌법적 권력 운용으로 생긴 폐해를 국민들이 해소해줬고 소수 정치인들이 만든 구체제의 상징은 다수 국민들이 해체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탈당파)는 참회와 고백에서 출발해 구체제 청산과 미래대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며 "정치 구체제 청산의 최우선 과제는 새누리당 해체"라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을 향해 "정치적 해체는 물론 재산을 모두 국고에 헌납하고 법적으로도 해체해야 한다"며 "비주류 중심 비상시국회의 몇 분은 재창당 '수준'이라는 말씀을 하는데 어림없는 얘기다. 더이상 반복해선 안된다"고 했다.

남 지사는 "우리는 반성의 토대 위에서 새 길을 가겠다"며 "소수 엘리트 정치인들의 지배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는,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넘어 직접 민주주의를 대폭 받아들이는 정당을 준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그는 '주경야독'을 하겠다며 "도지사로서 국정공백을 메우는데 최선을 다하는 한편 새로운 정치활동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새누리당은 공당이 아니었다. 공당민주주의가 파괴된 박근혜 사당이었을 뿐"이라며 "이제 새누리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은 강남우파, 재벌우파, 박정희우파였을 뿐 가족의 가치와 노동의 가치, 동공체, 역사가 성취해온 가치를 인정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박근혜 사당 체제 아래 굴종과 수모를 참아가며 지켜왔던 동지들이 당을 깨고 새로운 보수 중심의 길로 같이 가야한다"고 촉구했다.

김상민 전 의원 역시 "국민의 목소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넘어 새누리당 해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새누리당 해체라는 건 단순히 기존정당 리모델링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헌집을 부수고 새 집을 지으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준선 전 의원은 더 나아가 "현재 새누리당은 헌집, 부서진집 문제가 아니고 썩은 고래"라고 일갈했다. 그는 "한때 과반수 여당, 그리고 여전히 덩치가 큰 고래지만 철저하게 썩었다. 눈알, 머리 뼛속까지 썩은 것"이라며 "리모델링은 어불성설이다. 썩은 생선을 더이상 국민 앞에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을 끝까지 비호한 친박 지도부를 향해 "독재에 아부하고 복종하는 그들은 보수집단이 아닌 극우집단"이라고 신랄한 비판을 늘어놨다.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중진들의 '신당'참여를 권유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박 전 의원은 "김 전 대표나 유 전 원내대표 비롯한 여러 중진의원들은 친박과 이전투구하고 당권놓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며 "자신에게 건전한 DNA가 있다면 (당에서) 나와 새 피를 돌게하는 호소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태근 전 의원도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를 가르켜 "실지로 박근혜 정부 탄생에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 것은 분명하다"며 "이제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사죄하고 촛불 뜻을 받드는 길은 적당히 새누리당을 고쳐서 또다시 보수 결집체로 만들려 하는게 아니라 근원적으로 해체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