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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있게 했음에도 우리가 잊은 그들을 기억하며"

[아주 주관적인 독서 - 2016 올해의 책 1/인문사회] '고통에 반대하며'·'뿔을 가지고 살 권리'·'심미주의 선언'·'아름다운 영웅 김영옥'·'한국사를 지켜라'·'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맛의 천재'·‘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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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우리는 흐름(트랜드)을 살핍니다. 정보에 소외되지 않고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쯤으로 이해하면서 말이죠. 하지만,개인화된, 파편화된 현대사회를 생각하면 아이러니입니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 스타일을 찾아가면서 살고 있는 걸까요. 독서는 어떨까요. 훌륭한 선생님들이 추천하는, 많은 국민이 찾은 베스트셀러만 찾고 있지 않습니까. 자기 필요에서, 자기 호기심에서 시작한 책 읽기 대신 ‘유행 독서’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머니투데이는 올해의 책 선정을 고민하면서 ‘아주 주관적인 책 읽기’ 콘셉트를 적용해봤습니다. 2015년 11월부터 올해 11월 사이에 출간된 책 중 재미있게 즐겁게 읽었고, 그래서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만한 책. 머니투데이 독자서평단 ‘동네북’ 회원과 문화부 외부 필진 그리고 1회 한국과학문학상 공모전 심사위원단과 수상자들이 인문사회학과 과학 분야에서 한 권씩 꼽아봤습니다. 여러분은 올해의 책으로 어떤 책을 추천하시겠습니까.
"오늘을 있게 했음에도 우리가 잊은 그들을 기억하며"


◇더 나은 세상으로 가기 위해-‘고통에 반대하며’ 프리모 레비 지음. 심하은·채세진 옮김. 북인더갭 펴냄. 391쪽 / 1만5500원.

우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지금의 현실일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일들. 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사람이 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에 고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정표를 잃고 거리에서 헤매고 있다. 삶에 대한 현주소를 잃어버렸다고나 할까. 어디로 가야 고통 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함이라면 그 행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프리모 레비의 ‘고통에 반대하며’는 그런 일련의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작가 프리모 레비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아우슈비츠수용소에서 생활하게 된다. 책은 수용소 시절 이전의 기억들을 끄집어냈다. ‘우리 집’으로 시작해 유년의 기억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책은 무심코 지나쳐 가는 혹은 타자가 행하는 고통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는 ‘타자의 존재’와 끊임없이 부딪히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그런 현실 속에서 과학과 현대 문명, 작은 동물들 이를테면 ‘다람쥐’나 ‘나비’, ‘딱정벌레’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고통에 관대하고 무관심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글쓰기에 대해서도 다양한 생각을 풀어놓았다. ‘왜 쓰는가’에서는 ‘(1)충동이나 욕구를 느끼기 때문 (2) 즐겁게 하기 위해서 (3) 가르치기 위해서 (4)세상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 (5)자기 생각을 알리기 위해서 (6)고뇌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등 9가지로 정의한다. ‘세상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와 ‘고뇌에서 해방되기 위해서’가 가장 필요한 글쓰기 동기라고 생각된다. 불명료한 글쓰기가 아닌 분명한 목적을 가진 글쓰기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더 작은 곳, 더 낮은 곳,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동네북=좀비비추(시인)
"오늘을 있게 했음에도 우리가 잊은 그들을 기억하며"


◇마음이 살아있는 삶 - ‘뿔을 가지고 살 권리’ 이즈미야 간지 지음. 박재현 옮김. 레드스톤 펴냄. 239쪽/1만4000원

‘열 편의 마음 수업’이란 부제를 달고 나온 ‘뿔을 가지고 살 권리’. 제목부터 솔깃하다. ‘ 마음 비우기’를 권고하는 여느 책들과는 좀 다르다. 정신요법전문가가 쓴 책이라 임상사례를 접할 수 있다. 현재 이즈미야클리닉 원장인 그는 ‘마음을 여는 대화’, ‘약에 의지하지 않아도 우울을 치료한다’등의 저서를 냈다.

저자 본인도 ‘ 내 멋대로 사는 용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다. 그는 보장받은 의사 일을 접고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로 유학을 떠난 적이 있다. 일부 동료는 ‘ 무책임하고 자기 멋대로’라고 질책했지만, 프랑스인 친구는 ‘멈춰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다니 매우 훌륭한 일!’ 이라며 칭찬했다. 책의 시발점은 바로 자신의 귀한 자질 (뿔)을 죽인 채 갑갑하게 살아가는 일본의 정신풍토를 돌아다보며 시작됐다.

저자는 마음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출발점을 ‘인간이라는 생물의 근원적인 특성을 이해함’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인간의 구조를 ‘머리’ vs ‘마음=몸’의 내부대립으로 본다. 현대인을 ‘머리’가 ‘마음=몸’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전제국가에 비유한다. ‘ 마음=몸’은 어느 정도까지는 인내하고 움직이지만, 인내가 한계에 달하면 반란을 일으킨다. 최선의 건강법이란 ‘머리’보다 상황에 따라 ‘몸’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가능한한 그것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완곡하게 주장한다. 미셸 푸코의 말을 인용하며 스스로에게 ‘이상’ 또는 ‘정상’이란 꼬리표를 붙이지 않는 태도를 가지자고 한다. ‘좋은 습관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우며 성장했지만, 인간의 행동을 이성적 사고로 제어하면 내적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상태가 된다.

타자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 진짜 마음’을 외면한다. 열 편의 강의를 읽고 ‘마음이 살아있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오스카 와일드가 말했다. “산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일이다. 대개 인간은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동네북=이인선(주부)
"오늘을 있게 했음에도 우리가 잊은 그들을 기억하며"


◇ 예술이 지향하는 좋은 삶을 위한 길에 서다 - ‘심미주의 선언’ 문광훈 지음. 김영사 펴냄. 472쪽/2만 5000원

책의 부제 ‘좋은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저자의 답은 예술에 대한 심미(審美), 즉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이고 아름다움에 대해 심사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심미주의 선언’은 다소 철학적이고 저자의 사유가 주를 이루는 내용이어서 그런지 읽기가 쉽지 않다. 저자도 이를 부정하지는 않는 눈치다. “어떤 한 외로운 정신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무모한 사투와도 같다”고 표현할 정도이다. 한편으로 그만큼 저자의 깊고 치열한 사유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심미적 경험은 공적 광장에서 공적 행복으로 나아가는 개인적 자아의 자기갱신적 변형활동이다. 그런 점에서 이 활동은 곧 윤리적이다. 이때 중심은 반성력, 즉 자기를 돌이켜 살펴보는 능력이다.” 이 내용은 책의 전체적인 방향을 이끄는 중심이다. 이를 통해 자기 배려, 자기연마 또는 자기수련이라는 심미적 방법의 개념을 제시한다. 이러한 개념은 동양 철학에서 오랫동안 이어온 수신(修身)이나 극기(克己)와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에 대한 방법론으로 예술 세계에서의 심미적 사유를 찾는 것을 말한다.

저자 문광훈 교수는 푸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윤두서를 통해 자기 형성의 방법이 어떻게 이뤄지는가를 살핀다. 그중 공재 윤두서에 대한 이야기는 특이하다. 저자는 윤두서의 자화상을 통해 “공재도 분명 어떤 믿음 아래 혹독한 운명과 맞서는 혹독한 자기수련을 실행했을 것이다. 그것은 넓게 말하여 극기를 통한 내재적 초월의 방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또한 “이 성찰에서 나의 감성은 이미 감성이 아닌 이성의 영역으로 들어서 있다. 나는 새 느낌 아래 자기의 새 이성을 만나고 그 지혜로 나아간다”고 한다.

책은 다소 딱딱하기도 하지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다. 미켈란젤로, 죠르죠네, 실바토르 로사, 앙소르, 라파엘로 산치오 등의 그림이 그렇다. 세세한 부분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저자의 오랜 성찰의 결과물일 것이다. 동네북=한다빈(공학박사)
"오늘을 있게 했음에도 우리가 잊은 그들을 기억하며"



◇ 이 시대가 진정 필요로 하는 영웅 -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 한우성 지음. 북스토리 펴냄. 600쪽/1만4800원.

참다운 지도자에 목말라 있는 참담한 풍경. 리더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는 위인이 있다. 감히 나는 이분을 ‘현대판 이순신 장군’이라 칭하고 싶다. 사십 줄이 넘어 무슨 위인전이냐고? 한번 책장을 넘기면 중간에 덮지 못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주인공 김영옥 대령은 인종차별이 극에 달하던 2차 세계대전 때 유색인종으로 드물게 장교후보생 과정을 거쳐 소위로 임관했다. 재미일본인으로만 구성된 부대의 소대장으로 유럽 이탈리아 전선과 프랑스 전선을 누비며 엄청난 전공을 세웠다. 다른 부대가 패배하여 후퇴하던 전투를 반전시키는가 하면 피사와 로마 해방 전투의 주역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최고 무공훈장을 받았다. 일본인 부대원들로부터는 국적을 초월한 존경의 의미로 ‘사무라이 김’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6.25때는 미군 최초의 동양인 대대장으로서 1.4 후퇴 이후 중부전선을 60km 북상시키는 주역이 되어 불패의 신화를 남기기도 했다. 고지전투 스타일을 보면 미군 교리에도 없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놀고 있는 상급부대 포병부대와 탱크의 지원 활용하기, 개점휴업 중인 대구경 대공포를 빌려다가 직사화기로 고지전에 투입하기, 적진을 가로지르는 야간행군을 통해 다음날 전투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한 번도 전투에서 패한 적이 없는 그야말로 전투 천재다.

이분을 존경하는 이유는 참군인의 모습과 전역 후의 인권운동가의 모습 때문이다. 지휘관으로서 치밀한 작전을 구상해 부하들의 희생을 최소화했다. 이승만 대통령과 클라크 장군 등 굵직한 인맥도 애써 강조하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인 빈민과 어린이, 여성 인권을 위해서 평생 헌신했다.

아직도 백인 우월주의가 강한 미국에서 지난 2011년 5월 30일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를 맞아 미국 역사상 최고의 전쟁영웅 16명을 선정했는데 그중 13번째에 고(故) 김영옥 대령이 포함됐다. 많은 사람이 한번 쯤은 읽어보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동네북=들풀(직장인)


"오늘을 있게 했음에도 우리가 잊은 그들을 기억하며"



◇오늘을 있게 한 사람들, 그러나 오늘이 잊은 사람들 -‘한국사를 지켜라1: 독립운동가로 산다는 것’ 김형민 지음. 푸른역사 펴냄. 316쪽/1만 5000원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7월 22일에 개봉된 영화 ‘암살’은 한 달도 채 못 돼 관람객 천만 명을 돌파하는 엄청난 흥행기록을 세웠다. 오락영화나 블록버스터도 아닌 이 영화의 어떤 점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영화는 조선의 독립을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투쟁했고 목숨을 바쳤던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다. 일제강점기 역사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의열단, 신흥무관학교, 상해임시정부도 등장한다.

하지만, 임시정부를 제외한 나머지 조직의 구성원들과 역사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사를 전공한 저자는 영화 ‘암살’에서 의열단의 ‘약산 김원봉’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찡했다고 한다. 우리 독립운동사에는 수많은 공을 세우고도 월북했다는 이유만으로 역사에서 사라졌던 ‘김원봉’처럼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인물이 있다. 저자는 그들의 백 분의 일, 천분의 일만이라도 들춰보고 싶은 심정에서 책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책 속에는 도산 안창호가 “그녀 같은 사람 열 명만 있어도 조선은 독립됐다”고 했던 김마리아, 식산은행에 폭탄을 던지고 동양척식주식회사에 총알 세례를 퍼부은 후 죽어가면서 “2천만 동포들아. 분투하라. 쉬지 말라”고 외치던 나석주, 1923년 경성을 뒤흔든 10일의 주인공 김상옥, 의병으로 전사한 남편의 뒤를 이어 ‘독립운동가들의 어머니’로서 독립군 수발에 나섰던 남자현, 광주학생운동의 숨겨진 봉우리, 장재성 등 독립운동가들의 뜨거운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일제 식민정부를 혼비백산하게 한 그들의 활약과 재판정에서조차 당당하게 독립을 외쳤던 그들의 패기에 통쾌함을 느끼지만, 그들이 마주쳐야 했던 잔혹한 운명은 가슴을 시리게 한다.

“그토록 힘겨운 세월을 보내며 평생 독립운동을 한 보상이 불명예와 죽음뿐이란 말인가.” 오늘을 있게 했으나 오늘이 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역사다. 동네북=배소라(출판컨설턴트)

"오늘을 있게 했음에도 우리가 잊은 그들을 기억하며"


◇지루한 일상을 함께 하는 것도 사랑의 과정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은행나무 펴냄. 300쪽/1만3500원.

선택 없이 주어짐으로 삶을 시작한다. 주어진 삶에서 사랑과 결혼은 상호 선택으로 이뤄지는 매우 중대한 일이다. 사랑만치 농축된 배움을 가질 기회의 교육장은 흔치 않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라비라는 남자와 커스틴이라는 여자가 만나서 사랑하게 되고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흔한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절대 흔할 수 없는 각자의 소중함과 치열함이 있다.

결혼생활 16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알랭 드 보통은 소설의 라비를 빌어 서술한다. 가졌던 환상을 포기할 때에서야 마침내 사랑하는 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것, 어떤 것도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의 시간이다.

낭만적 사랑이란 조건부의 거래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감정의 동요와 매력으로 끌리고 사랑앓이, 고백과 교제로 이어진다. 흔히 사랑의 정의를 로맨스로 규정하기 쉬우나 로맨스의 감정에 그치지 않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지루한 일상을 나누는 과정까지로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의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오래 함께 살아가기로 한 커플의 ‘사랑’에 인생의 다른 요소들이 새어 들어오는 모습이다.

그러므로 사랑의 기술을 섭렵해두는 것이 마땅하다. 평범한 인생을 사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영웅담 못지않게 영웅적인 면모를 보일 기회를 제공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불안에 굴복하지 않을 용기, 좌절해 남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 용기, 세상이 부주의하게 입힌 상처를 감지하더라도 너무 분노하지 않을 용기, 미치지 않고 어떻게든 적당히 인내하며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 저자는 이것은 진정한 용기이고, 그 무엇보다 더욱 영웅적인 행위라고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건강한 사랑. 쌍방 간의 노력으로 이뤄진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짧고도 강렬한 파라다이스를 경험하기까지 사랑의 전사가 되기를. 김혜주(화가)

"오늘을 있게 했음에도 우리가 잊은 그들을 기억하며"

◇ 이탈리아 음식의 역사? 아니, 식탁 위의 인문학 - ‘맛의 천재’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지음, 윤병언 옮김. 책세상 펴냄. 563쪽/1만6000원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탈리아 음식은 무엇일까? 파스타나 피자를 연상할 수 있지만 뜻밖에 디저트 ‘티라미수’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만들기 쉬운 디저트 중 하나인 티라미수는 차오, 피자와 함께 세상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탈리아 단어가 됐다. 이탈리아, 맛의 역사를 기록한 ‘맛의 천재’는 세계 곳곳에서 보편성을 획득한 이탈리아 음식들의 탄생 비화와 성공 비결을 자세히 알려준다. 이탈리아 역사 저널리스트인 저자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는 많은 책과 그림을 꼼꼼하게 살피고 집요한 취재를 통해 과거의 인물들과 사건들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2장 ‘식탁 위의 르네상스와 포크’. 다양한 식 재료와 음식문화를 다룬다. 로마인들은 채식주의자다. 빵이나 죽의 형태로 곡식을 주로 취했고 육류는 생선과 극소량의 고기만 먹었다. 로마인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요리는 공기가 잘 통하는 항아리에 넣고 키우던 다람쥐 요리였다. 포크 문화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띠었다. 단테의 고향인 피렌체, 교황파에 속하는 가문에서 포크와 나이프는 접시 오른쪽에, 황제파에 속하는 가문에서는 접시 위에 비스듬히 놓는 식이다.

1344년 5월 9일 클레멘스 6세의 대관식 만찬에서 소 118마리, 숫양 1,023마리, 송아지 101마리, 노루 914마리, 돼지 60마리, 다양한 가금류 11,971마리와 오리 1,446마리가 사용됐다는 대목에서는 입이 딱 벌어진다. 정확한 기록도 놀랍지만 이 정도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보티첼리와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두꺼비’라는 식당을 동업해 요리사로 일했다는 일화는 식탁의 화젯거리로도 손색이 없다.
이처럼 이탈리아 음식의 역사책이지만 ‘식탁 위의 인문학’이라고 할 만큼 문학, 미술, 영화, 광고 등 온갖 장르의 문화 콘텐츠와 일화가 등장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이탈리아의 음식은 유럽 음식의 역사로 이어진다. 김정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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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트리지와 겨울나그네가 혼연일체가 되다 -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이언 보스트리지 지음, 장호연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1820년대 비더마이어 비엔나를 배경으로 하는 24곡의 연가곡 모음집 ‘겨울나그네’는 뮐러의 시에 슈베르트가 음악을 입힌 것이다. 이 책은 이언 보스트리지가 겨울나그네 연가곡을 30년 동안 부르고 자료를 정리한 후 2년에 걸쳐 집필한 결과물이다.

보스트리지는 1990년 역사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성악가다. 저자는 책에서 음악적 구조 안의 반복되는 패턴 혹은 화성학에 관한 얘기보다는 슈베르트가 추구했던 연주자와 가수가 혼연일체가 되는 ‘슈베르티아데’(살롱음악) 형식을 소개하며, 그의 음악을 듣는이(청중)에게 “어떻게 연주하고 어떻게 들어야 할까?”를 설명한다.

보스트리지는 모든 곡의 사회적 배경을 비더마이어시대의 문학과 역사를 추적하며 뮐러와 슈베르트의 감성을 파악하고자 했다. 프랑스혁명의 성공으로 자유와 평등사상을 맛본 중산층(신흥 부르조아지)의 흥분은 이후 억압적 공포정치에 의해 억눌린다. 공공집회활동이 금지되고 강제로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암울한 정치적 상황에서 슈베르티아데가 탄생한 것이다.

슈베르트의 음악적 감수성은 이처럼 암울한 시기를 관통했다. 비더마이어시대의 억눌린 자유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동결’에서 절망적인 상실감과 떠나간 사람 혹은 죽은 사람을 잊지 않으려는 고통으로 승화된다. 그러나 “음악은 감정이 남긴 흔적이며 사랑하는 감정이 새겨진 명패“”므로 슈베르트는 이러한 고통을 가사(假死)상태의 느린 선율 속에서 과도하지 않게 표현한다. 보스트리지는 프로이트의 예를 들며 “살아있는 모든 생명의 목적은 결국엔 죽음을 향하는 것”이라고 한다.

보스트리지는 자신이 겨울나그네를 연주하는 동안에 청중도 그와 함께 노래하고 느껴야 한다고 봤다. 그 순간이야말로 청중이 그와 함께 내면을 드러내는 시간이라는 것. 즉 연주자가 작품과 혼연일체가 되어 연주하는 동안 자신의 주관적 자아가 음악 속에서 완전히 녹아 자신을 지우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연주가 청중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청중과 소통한다는 것이다.

책은 슈베르트의 작품 겨울나그네와 혼연일체가 되기 위해서 보스트리지라는 연주자가 자신의 주관적 해석을 얼마나 신중하고 깊이 있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작품 연주가 절대로 객관적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네북=고혜련(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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