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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공부가 밑거름된 과학책, 과학은 원래 인문학이었다"

[아주 주관적인 독서 - 2016 올해의 책 2/과학일반] '김상욱의 과학공부'·'사피엔스의 미래'·'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수학의 힘'·'인간은 필요 없다'·'TED 화성 이주 프로젝트'

동네북 머니투데이 정리=김유진 기자 |입력 : 2016.12.24 06:00|조회 : 6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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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우리는 흐름(트랜드)을 살핍니다. 정보에 소외되지 않고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쯤으로 이해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개인화된, 파편화된 현대사회를 생각하면 아이러니입니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 스타일을 찾아가면서 살고 있는 걸까요. 독서는 어떨까요. 훌륭한 선생님들이 추천하는, 많은 국민이 찾은 베스트셀러만 찾고 있지 않습니까. 자기 필요에서, 자기 호기심에서 시작한 책 읽기 대신 ‘유행 독서’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머니투데이는 올해의 책 선정을 고민하면서 ‘아주 주관적인 책 읽기’ 콘셉트를 적용해봤습니다. 2015년 11월부터 올해 11월 사이에 출간된 책 중 재미있게 즐겁게 읽었고, 그래서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만한 책. 머니투데이 독자서평단 ‘동네북’ 회원과 문화부 외부 필진 그리고 1회 한국과학문학상 공모전 심사위원단과 수상자들이 인문사회학과 과학 분야에서 한 권씩 꼽아봤습니다. 여러분은 올해의 책으로 어떤 책을 추천하시겠습니까.
"인문학 공부가 밑거름된 과학책,  과학은 원래 인문학이었다"
◇ 김상욱의 과학공부= 김상욱 지음. 동아시아 펴냄. 336쪽/1만6000원.


다양한 과학 분야에 비교적 밝다고 자부하는 나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양자역학이다. 도통 종잡을 수 없다. 심지어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패러독스도 가슴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상욱은 이런 양자역학을 대중들에게 감히 전파하고 다니는 과학자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김상욱의 과학공부’를 읽기 전에는 말이다. 김상욱은 철학하는 과학자며 시로 노래하는 물리학자다. 젊은 시절의 인문학 공부가 인생의 어떤 밑거름이 되는지 정확히 보여준다.

과학은 홀로 발전하지 않는다. 세상 공기를 끊임없이 호흡하며 존재한다. 그리고 모든 발전에는 가로막는 문지기가 있다. 문지기가 터무니없는 존재가 아니라서 사람들은 혁명적인 변화를 받아들이기보다 문지기의 방어에 안심한다. 지동설이 세상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주전원(周轉圓)이라는 문지기를 돌파해야 했다. 때로는 돌파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기도 한다.

책은 4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에서는 세상을 낯설게 보기를 권한다. 우리에게는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그는 과학으로 세상을 낯설게 보자고 한다. 제2부에서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신화와 공포를 파헤치고 제3부에서는 “나는 과학자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비과학적인 논리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마지막 제4부에서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책을 읽다 보면 과학은 원래 인문학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책은 온갖 이야기로 점철된다. 2014년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나라 전체를 슬픔에 침몰시킨 세월호 문제, 한국사 국정교과서, 초등학교 시절의 여자 친구가 소재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 결국에는 과학 특히 양자역학과 연결 시킨다. 마치 양자역학을 위해 이 땅에 태어난 것처럼 말이다. 한결같이 강조하는 게 있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라는 것. 과학책이라기보다는 철학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재밌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인문학 공부가 밑거름된 과학책,  과학은 원래 인문학이었다"
◇ 사피엔스의 미래= 알랭 드 보통, 말콤 글래드웰, 스티븐 핑거, 매트 리들리 지음. 전병근 옮김. 모던아카이브 펴냄. 208쪽/1만3500원.

‘인류의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인가.’

세계적 석학과 저술가들이 2대2로 팀을 짜서 토론 배틀을 벌였다.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은 부정적, 스티븐 핑커와 매트 리들리는 긍정적이다.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핑커는 저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등을 통해 인류는 진보해왔다는 주장을 체계적으로 설파했던 사람답게 여러 지표를 예로 들면서 우리의 미래를 낙관한다. ‘이타적 유전자’ 등 국내에도 적잖은 책들이 소개된 과학저술가 리들리도 핑커의 논거를 거든다. 반면에 보통과 글래드웰은 과거의 어떤 경향이 미래에도 그대로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을 집요하게 제기한다. 보통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라는 평판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인문 에세이스트이고, 글래드웰은 ‘1만 시간의 법칙’ 등으로 유명한 경영사상가이다.

흥미롭게도 이 세계적인 명사들은 토론 배틀에서 뜻밖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말꼬리 물고 늘어지기는 기본이고 상대편 주장에 발끈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가십거리 때문에 그 아래에 놓인 의미심장한 논지를 놓쳐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물질적인 행복 지수를 높여주는 건 분명하지만, 그만큼 이면의 그림자도 크고 짙어진다는 것. 우리가 이런 주의환기를 계속 유념하며 살아간다면 이 책의 목적은 훌륭하게 달성되는 것이다.

이 책의 미덕중엔 이들 개개인이 내놓은 저작들과는 다르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적은 분량이라는 점도 있다. 나라 안팎이 어지러운 때 잠시 한 호흡 쉬고 넓고 긴 시야로 세상을 돌아봤으면 하는 독자가 편하게 보기에 좋은 책이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인문학 공부가 밑거름된 과학책,  과학은 원래 인문학이었다"
◇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 조너선 실버타운 지음. 노승영 옮김. 서해문집 펴냄. 256쪽/1만3500원.


창작자들은 작품을 쓰다 보면 한 번쯤 불로불사의 몸을 가진 인물을 쓰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돈, 권력, 섹스 등을 제외하고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욕망 중 하나가 불사(不死)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 살고 싶다는 건 인간의 보편적 본능이지만, 실제로 오래 사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의 사람이다. 그 사람들은 누구일까?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은 노화에 대한 현대 과학의 주요 이론을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읽는 동안 장수의 비법이 아슬아슬하게 손끝을 맴도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장만 읽으면 그 단서를 알 수 있을 것 같고, 다음 장엔 확실히 정답이 나올 것 같다. 그러나 미리 밝혀두지만, 이 책은 결코 완벽한 해결책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작가는 활성산소, 텔로미어, 장수 유전자 등 독자들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노화 이론들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요목조목 반박한다. 슬픈 일이지만 늙지 않을 수 있는 특별한 비법이나 묘약 같은 것은 없다. 인간은 살아있는 한 늙을 수밖에 없다.
장수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면 이 책보단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집필한 건강 서적들을 권해드리고 싶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술은 적당히 마시며, 담배는 반드시 끊고, 일주일에 삼 회 이상 한 시간씩 운동하면 오래 살 수 있다는 지식이 과학적으로 설명돼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장수에 대한 답이 아닌 장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사면 오래 살 수 있는가?”가 아닌 “왜 누군가는 일찍 죽고, 누군가는 늦게 죽는가?”에 묻는다.

그러나 실망하지 마시라. 저자는 독자들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 나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진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반드시 끝까지 읽을 것을 권해드린다. 죽음과 노화에 대한 최신 이론들을 이렇게 쉽게 읽을 수 있는 것만으로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1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자 이건혁(대상)


"인문학 공부가 밑거름된 과학책,  과학은 원래 인문학이었다"
◇인간은 필요 없다= 제리 카플란 지음. 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296쪽/1만5000원.


지난 3월 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바둑계를 넘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바둑은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라고 확언한 바둑인들의 예측이 무색하게 대결은 알파고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 사건은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는 인조 노동자의 등장이 우리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어서 6월에는 스위스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투표를 했다. 비록 국민 과반수의 반대로 부결되기는 했지만, AI 노동자가 인간의 일자리와 소득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불안감은 만국 공통인 듯싶다.

올 1월 출간된 ‘인간은 필요 없다’는 스탠퍼드대학교의 인공지능학자 제리 카플란의 저서이다. 이 책이 여타 인공지능 관련 서적보다 눈길을 끄는 요인은, 다름 아닌 인공지능의 윤리를 다루고 있는 점이다. 5장 ‘경관, 저 로봇을 체포하시오’에서는 인공지능이 도덕을 지킬 수 있는지, 인공지능 노동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그 죄를 어떻게 물어야 할지, 우리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쏟아진다.

또한 7장과 8장에서는 책을 구매한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인간 노동자를 내쫓는 인조 노동자’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저자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미래 인조 노동자는 신기술을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는 기업이 더는 인간 직원을 훈련하기 위해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은 인조 노동자가 이끄는 자동화 시스템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이 비관적인 미래만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인공지능 위주로 개편될 시장에 대처할 방법으로 기존 경제사회 정책의 혁신을 주장한다. 인공지능 발달과 이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는 이제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다. 그러나 아직 인류에게는 변화에 대비할 시간이 남아있다. 끊임없는 발전 지향성과 실패를 바탕으로 교훈을 얻는 능력은 아직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니 말이다. 1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자 박지혜(우수상)

"인문학 공부가 밑거름된 과학책,  과학은 원래 인문학이었다"
◇수학의 힘= 장우석 지음. 한권의책 펴냄. 172쪽/1만5000원.

세계의 학생들을 괴롭히는 목록을 만들어 본다면 단연코 수학시험은 이 목록의 꼭대기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수학과 관련해 즐거운 추억을 가졌던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수학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책을 쓴, 수학을 전공한 저자조차 ‘고등학생 때는 극기훈련을 하는 느낌으로 수학을 공부했다’고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수학이 아니라 시험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시험과 평가, 압박을 떠나서 수학 본연의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뜻밖에도 긍정적이다. 수학의 언어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는 현미경이나 망원경을 통해 바라보는 세계만큼이나 이질적이고 다채로울 뿐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유용하다. 이 책은 수학을 통해 볼 수 있는 세계가 얼마나 흥미롭고 실용적인지를 강조한다.

이 책은 학창시절 접근법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수학의 기초 개념을 설명한다. 수학을 크게 3가지 개념, 논리·기하·대수로 분류한다. 이후 각각의 특성을 고대에서 중세 시대를 예로 들며 과거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개념이 왜 필요했는지, 어떻게 정립되었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수학의 세 특성이 결합한 함수와 미적분에 대한 개념의 발생과 원리, 응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다. 교과서가 이와 같았다면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편견은 분명 지금과는 다르리라 생각된다.

수학입문에 대한 교양서는 많지만 상당수가 외국의 교양서를 번역한 것이라 최신 교과과정을 반영하지 못했거나 국내 정서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이 책은 한국의 교과과정을 직접 언급하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수학의 가치와 매력을 비전공자의 수준에 맞춰 쉽게 풀어나간다. 책의 이야기는 역사나 소설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와 비슷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1회 한국과학문상 수상자 이영인(필명, 가작)

"인문학 공부가 밑거름된 과학책,  과학은 원래 인문학이었다"
◇TED 화성 이주 프로젝트= 스티븐 L. 퍼트라넥 지음. 구계원 옮김. 문학동네 펴냄. 184쪽/1만2800원.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마션'이 세월호가 가라앉은 이듬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가 밤을 낮 삼아 머리를 맞대고 사지에 고립된 단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흥미롭게 구경한 대목은 화성에서 조난당한 단 한 사람이 구조 직전까지 살아남기 위해 직접 산소와 물을 만들고 식량(정확히는 감자)을 제배하는 과정의 리얼함이었다. 세계 최대의 과학 잡지 '스커버'의 수석 편집장을 거쳐 현재 과학기술 전문가로 활동하는 스티븐 L. 퍼트라넥의 저작 'TED 화성 이주 프로젝트'는 흡사 '마션'의 논픽션 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지구인의 화성 정착이 실현될 것이라 예측하며 그 가능성의 첨병에 선 단 한 사람으로 일론 머스크를 주목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머스크는 “전기 자동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군. 최소한 50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며 냉소하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고 110년 자동차 역사에 있어 가장 혁명적인 성과 가운데 하나라 할 ‘모델 S’를 시판하여 이 분야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나이다.

머스크는 이에 그치지 않고 혁신적인 발상(“화성에 가기 위해 왜 NASA가 필요한 거지?”)과 지속적인 투자(“화성까지 가는데 50억 달러, 화성에 소규모 기지를 세우는 데 300억 달러가 들 것”)로 민간 로켓 기업인 ‘스페이스 X’를 설립하여 ‘인간을 태운 우주선이 화성에 착륙한다’는 시나리오를 현실로 탈바꿈시키기 직전의 단계에 이르렀다. 이 같은 머스크의 성과를 바탕으로 퍼트라넥은 “인간이 화성에 자리 잡을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자못 진지하게 검증하는데 읽다 보니 주말마다 쉬지도 못하고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요즘 같은 판국이라면 나도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화성행 편도 티켓이 50만 달러(한화로 5억 8천만원)라니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랑 이것저것 팔면 될 것 같기도 한데 말이지.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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