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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일구는 사람들 관련기사245

"자연은 '협력하지 않는 자,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2017년 신년 인터뷰]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독식 아닌 공유, 경쟁보단 공생의 진리"

문화를 일구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대담=신혜선 문화부장, 정리=김유진 기자 |입력 : 2017.01.02 05:58|조회 : 1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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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임기를 마치고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돌아온 최재천 전 국립생태원장. 2017년 새해를 맞아 진행된 신년 인터뷰에서 그는 "독식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이 자연계의 법칙"이라며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이며, 그것이 '호모 심비우스(공생인, homo symbious)'라는 개념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최근 임기를 마치고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돌아온 최재천 전 국립생태원장. 2017년 새해를 맞아 진행된 신년 인터뷰에서 그는 "독식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이 자연계의 법칙"이라며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이며, 그것이 '호모 심비우스(공생인, homo symbious)'라는 개념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겨울방학이 시작된 이화여자대학교 종합과학관은 한적했다. ‘지혜의 숲’이라는 연구실에서 최재천 석좌교수를 만난 2016년 12월 14일 아침엔 진눈깨비가 날렸다. 100년 된 기숙사 앞에는 붉은 산수유 열매가 탐스럽게 빛났다. 연구실 입구에서 손님을 먼저 맞은 것은 커다란 모형 개미. 최 교수가 ‘개미 전문가’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연구실은 발을 딛기 힘들 정도였다. 사방이 책인데 바닥에는 책 상자로 가득했다. 국립생태원 원장 임기를 막 마친 터라 원에서 가져온 책이겠다. “공무원들은 짐이 없더라고요. 언제든 보직을 받고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나요. (웃음) 이상한 공무원들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훌륭한 공무원들도 많습니다.”

이임식은 인터뷰 8일 전이었다. 그간의 소회를 안 물을 수가 없다. 이야기는 원 설립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생태원은 장항(서천) 사람들이 ‘왜 우리만 빼느냐’는 데모가 시작이었어요. 원장 하면서 자주 한 얘기가 ‘생태학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아서 기다렸다면 22세기 정도나 돼야 만들어졌을 텐데’였죠. (웃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정치 입장을 떠나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 환경과 자연에 대해 가장 명확하게 이해한 분이지 않았나 합니다. 퇴임하시고 봉하마을 에서 하신 작업만 봐도 정확하게 이해하신 거로 보입니다. 옛날 같은 새만금은 더는 경제적 이득이 아니니까. 벼농사 짓는 것보다 바지락 캐는 것이 더 이득 아닙니까. 갯벌 보존하면서 경제적 이득 얻는 방법 찾아보자는 거였죠.”

당시 이치범 환경부 장관이 몇몇을 초대해 뭐하면 좋겠냐고 묻더란다. ‘환경부 산하 기관은 많은데 생태학 연구하는 기관이 하나도 없다, 환경문제가 늘 벌어지는 이유가 기초학문 생태학이 열악해서다, 국립생태학연구소 하나 만들자.’ ‘생태학자’의 입장을 얘기했다.

“2007년 원 설립이 확정됩니다. 생태학자들에게는 기가 막힌 일이었죠. 연구비가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하는 분야인데, 국가기관이 만들어지다니. 하늘에서 어마어마한 선물이 내려온 겁니다.”

최 교수가 디자인을 총괄했다. 2008년 정부가 바뀌었다. 생태학자 최 교수가 4대 대운하 사업을 찬성할 리 없다. 완전히 제외됐다. 그리고 정권이 또 바뀌었다. 최 교수는 첫 원장직에 응모했다. 최 교수는 앞서 더 ‘좋은(높은)’ 제안을 받았는데 거절한 상태였다. 청와대에서 얘기가 나왔다. “이 사람 왜 이래.” “하하하, 그나마도 언질 받은 것도 아니니 그럴밖에요. 근데 저한테는 분명한 것이 있었어요. 자리를 탐해서 간 게 아닙니다. 스스로 좌천시킨 거잖아요. 진짜 일 하려고 갔습니다. 후회 없습니다.”

후회라니, 최 교수도 놀랐다. 유사 이래 교통 체증이라는 단어가 없었던 동네. 지금 서천은 주말마다 1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려들어 ‘몸살’을 앓는다. 군산까지 영향을 미쳐 애꿎은 군산 경찰들이 주말에도 나와 교통을 정비해야 한다. 2년 연속 연간 100만 명의 관람객은 기록 중 기록이다.

최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최고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문장이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은 대책은 만든다'라는 표현"이라며 "이익집단 모두가 참여해서 그 과정을 지켜보는, 거버넌스와 협치가 필요한 때 같다"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최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최고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문장이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은 대책은 만든다'라는 표현"이라며 "이익집단 모두가 참여해서 그 과정을 지켜보는, 거버넌스와 협치가 필요한 때 같다"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 우리나라 생태를 한 공간에서 3년 넘게 쭉 본 경험이 남달랐을 거 같아요.
▶엄청난 거죠. 문제는 지역 대안 사업으로 출발하다 보니 명색이 연구기관이라고 표명했는데 연구는 뒷전이었다는 거. 관광으로 먹고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죠. 돌이키니 아슬아슬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웃음) 이임식 전날 직원들에게 편지를 썼어요. 제 몇 가지 원칙 중 하나가 사람을 혼내지 말자 인데 ‘원장 사업을 말아먹은’ 직원이 감사하다고 장수풍뎅이 모형을 만들어 줍디다. 그런 솜씨가 있는 줄은. (사연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생각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원장은 “절대 꾸짖지 않았다”고 했다.)

- 잘못한 일을 지적해야 개선될 텐데. 꾸짖을 필요가 없다는 게 ‘진화행
동학’으로 설명되나요.
▶억지로 만들면 안 되니까. 침팬지 부모는 자식을 야단치지 않아요. 우리는 언어가 너무 발달한 동물이라서 그런지, 말로만 다스리려 합니다. 자식 앞에서 수십 번 보여주면 보고 배웁니다. 우리(인간)는 참을성이 없습니다.

- 생태원 성공은 어떤 점 때문이라고 보시나요.
▶제 자랑이 될까 민망한데, 강연을 많이 하면서 홍보했죠. 첫 1년은 투서가 엄청났습니다. 원장 돼서 강연료로 5억 벌었다나. (공무원) 강연료 상한선이 60만 원이에요. (교수 시절과 비교가 안된다.) 근데 5억? 열 받더라고요. 그래서 무료를 선언했습니다. 홍보부가 “3년 홍보하신 거 계산하니 500억 원쯤 버셨습니다” 하네요. 주지도 않을 거면서 알려주긴. (웃음) 근데, 실은 우리 국민이 생태나 자연에 관심이 많아서 성공한 거죠.

- 예, 최근 더 많아진 것 같아요.
▶국민은 항상 정부보다 앞서갑니다. 정부가 그걸 모르고 국민 얕잡아보고 가르치려 들어서 그렇지. 국민은 단 몇 발자국이라도 앞서갑니다. 재방문율이 중요한데, 누가 오는 줄 아세요. 젊은 부부가 아이들 데리고 여러 번 오죠. 뭔가 달라지고 있구나, 부모세대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제공해야겠다는 각성이 있는 듯해요.

- 생태계 중요성을 안다, ‘대중의 과학화’가 이뤄진 건가요.
▶그런 때가 오기를 굉장히 기다린 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대중의 과학화라는 건 최소한 기본적인 합리성은 갖추자는 겁니다. 국민 다수가 ‘과학 마인드’를 어느 정도 갖추면 여러 문제가 심하게 꼬이지 않아요. 1999년도인가 EBS에서 과학실험을 주제로 강연했는데, 한 할아버지가 편지를 보내왔어요. ‘선생 얘기한 대로 밭을 구분해 농사지었다. 내가 그동안 왜 실패했는지 깨달았다. 앞으로도 비교하면서 농사짓겠다.’ 그거죠. 정부는 늘 새로운 정책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 정책이 성공할 것이다 아닐 것이다, 검증도 안 하고 다짜고짜 덤빕니다. 국민이 그 정도 인식을 가졌는데 허투루 하거나 억지가 통할까요.

최 교수의 연구실에 놓여있는 제돌이(2009년 제주 바다에서 불법포획돼 돌고래쇼 등을 하다 2013년 7월 제주 바다에 방사된 남방큰돌고래)와 개미 모형. /사진=임성균 기자
최 교수의 연구실에 놓여있는 제돌이(2009년 제주 바다에서 불법포획돼 돌고래쇼 등을 하다 2013년 7월 제주 바다에 방사된 남방큰돌고래)와 개미 모형. /사진=임성균 기자

- 최근 시국에서 국민들의 행동을 보면, ‘합리적 의심’이란 단어를 쓰면서 문제 제기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급하게’ 하자보다 ‘제대로’ 하자는 느낌이랄까.
▶지난 10년 동안 최고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문장이 있어요. 그건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은 대책을 만든다’입니다. 정부 딴엔 많은 것을 고려했겠죠. 하지만 모든 각도에서 불가능합니다. 인터넷에서 바글바글합니다. 왜 가지지 못한 자는 생각 안 하느냐, 이런 부작용 왜 모르느냐, 정부로서는 진짜 힘든 세상이 온 것이죠. 이른바 ‘거버넌스’, ‘협치’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책 만드는 과정에서 이익집단들 모두가 참여해서 그 과정을 거쳐봐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안 합니다. 지도자급, 일을 맡은 사람들은 자기가 최선을 다한다는 것만 생각하죠.

최 교수도 몇 년 전 돌고래(‘제돌이’) 풀어주는 일을 하며 ‘기가 막히게’ 경험했다고 한다. “그 위원회처럼 힘든 경우도 처음이더라고요. 신기한 게요, 그렇게 1년 넘게 싸웠는데 돌고래 풀어주는 날, 털끝 하나 이견이 없었어요. 완전히 한마음으로 이 아이를 보내주는구나. 왜? 다 꺼내놓고 털었거든요. 찜찜한 게 없었다는 거죠.” 최 교수는 “다수결이라는 것이 굉장히 좋은 제도 같지만, 진 사람은 ‘되나 봐라.’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 그런 과정이 필요하군요, 마음의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 것.

▶ 제도라는 것도 다 잘 살아보려고 만든 거 아닙니까. 동물사회도 지배당하고 싶어서 리더를 세우는 게 아닙니다. 모두가 잘살기 위해서, (리더에) 대변하라는 거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으뜸 수컷’이라는 전략이 있습니다. 하지만 으뜸 수컷도 전부 가지면 안 됩니다. 한 예로 ‘침팬지 정치학’ 학자가 오래 관찰했죠. 으뜸 수컷이 암컷 거느리는데 2등하고 3등이 동맹을 맺어 1등을 거꾸러뜨립니다. 1등 된 2등이 2등 된 3등한테 지분을 제대로 안 주면 쫓겨난 1등과 다시 동맹을 맺더랍니다. 동물사회가 피도 눈물도 없는 거 같지요? 공유해서 유지 가능한 겁니다.

- 사피엔스라지만 인간도 동물이고, 독식으로는 절대 안 된다는 거네요.
▶ 안되는 게 아니라 불가능합니다. 인터넷 시대에는 더 그렇겠죠. 옛날에는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극소수만이었는데 이제는 모두가 발언하는 시대입니다. 개미가 굉장히 비민주적인 동물이라고들 생각하죠? 여왕개미가 통치하고 일개미는 알도 못 낳고. 하지만 개미처럼 민주적 사회도 없어요. 여왕개미의 역할은 어찌 보면 그리 어마어마한 게 아닙니다. 포로예요. (비유하자면) ‘씨받이’로 가장 좋은 여인을 방에 가둬놓고 애 받으려고 먹이기만 하는 거라고 할 수 있죠. 실은 일개미들이 어떻게 뭉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됩니다.

- 그래서 ‘호모 심비우스’(공생인, homo symbious)를 말씀하셨나요.
▶ 생태학에서 주로 쓰는 용어 ‘symbiosis’를 하버드대학 고전학과 교수들에게 배워서 공생하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제인 루브첸코란 학자가 1970년대 재밌는 논문을 썼어요. 생태학회 회원의 연구 토픽 분석입니다. 당시 남성 생태학자가 70% 넘었고 여성이 많지 않았던 시기죠. 남성의 90 몇 프로, 즉 압도적인 다수가 ‘경쟁’을, 여성 생태학자의 47~48%가 ‘공생’을 연구합니다. 20년 지나 1990년대 이후에 와 보니 공생에 관련한 연구가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남성학자들조차 공생이 중요한 토픽이라는 것을 인식한 겁니다. 자연계, 현존하는 생물 가운데 공생 파트너가 없는 생물은 없습니다. 자연계에서 다윈 이래 생존경쟁에 너무 꽂혀서, 또 자원이 한정돼있고 원하는 존재 많으니 경쟁밖에 못 본 겁니다. 그런데 실제 배후를 들여다보면 ‘손잡은 놈들’이 이긴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종 간에도 손을 잡죠. 그 부분에서는 제가 할 말이 있는 사람인 게 국제학계에 이름을 좀 냈죠. (웃음)

최 교수를 ‘세계 석학’으로 만든 건 바로 종이 다른 데도 같이 한 살림을 차린 개미들 이야기다. 두 종의 여왕개미는 붉은색과 까만색. “이건요, 조조가 유비를 물리치려고 항우와 손잡은 게 아니라 오랑우탄과 손잡은 것입니다.” 종이 달라도 한 살림을 차리는 자연계.

“협력하지 않는 자는 궁극에 성공하지 못한다. 그것이 내가 몇십 년 자연관찰을 하고 얻은 결론이다.” 최 교수는 이 대목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최 교수는 "개미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종 끼리 함께 살림을 차린다"며 "인간도 경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최 교수는 "개미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종 끼리 함께 살림을 차린다"며 "인간도 경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 공생을 얘기하다 보니 대한민국 현실이 더 답답합니다.
▶ 이대 석사를 마친 태국 여학생이 “교수님 저는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인사하더라고요. 고향에선 그녀 또래의 평생 꿈이 한국 한 번 가보는 거랍니다. 그녀는 이미 마을의 영웅이었어요. 그런데 이 학생 말인즉 “그런 나라(한국) 사람들이 왜 자살할까. 뭐가 부족해서.” 그래서 여기 와서 사회운동을 하고 싶다는 겁니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너 그래서 밥이나 제대로 먹겠느냐?’ 하는데 진짜 밥 먹는 걸 걱정하는 걸까요? 혹시 ‘회장님’이 못 될까 봐?”

- 목표 설정 자체도 문제다? 그런데 ‘나만 왜 기대를 줄여야 해, 욕심내는 것이 뭐가 문제야’ 그런 반론이 나올 수도 있잖아요.
▶ 저는 ‘행복 총량의 법칙’을 믿어요. 복권이 당첨되면 다른 복이 날아갈 거 같은? 그런 요행은 내게 벌어질 일 없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그런데, 기대를 안 한다고 내가 소극적으로 사느냐? 나 굉장히 열심히 삽니다. 기대를 분모로 행복을 분자로 할 때, 분모를 조금 줄여보세요. 더 행복해집니다. 젊은이들과 얘기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이겁니다. 왜 무조건 대기업 가야 하느냐고. 조금 출발 늦은 사람도 있고, 빨리 가는 사람도 있죠.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본다고 생각하고, 항상 비교하고. 그런 맘을 줄이고 탈피할 노력을 했으면 합니다. 물론 우리(어른들)는 우리대로 그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겠지요.

최 교수는 사진 한 장으로 ‘배려의 아이콘’이 됐다. (원장 시절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시상하면서 무릎을 꿇고 상장을 전달했다.) “무슨, 저는 그 단어 싫습니다. 갑의 언어에요. 배려는 이미 내 것 챙긴 뒤 하는 거고 동행이 더 맞을 겁니다. 같은 (눈) 높이에서 출발하자는 겁니다. ‘일단 거머쥐고 나서 나눠줄게’가 아니라 애당초 나누면서 시작하는 길을 찾는 거죠.” 너무 한 쪽으로 집중돼서 누군가가 너무 많이 가진 문제는 심각함을 넘어섰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 앞으로 계획이 있으세요.
▶ 꼭 뭐 해야 해요? (웃음) 저는 젊은이들을 위해서 계속 고민하고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제 대학생 시절하고 비교하면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저보다 10배는 더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런데도 일할 곳이 없죠. 잘못돼도 너무나 잘못됐어요. 어떻게든 풀어야 하는데 이건 아이들이 풀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진입해야 하는 사회를 만든 우리 세대의 잘못이니 우리가 책임져야죠. 제가 ‘무동학교’ 교장을 수락한 것도 그래서고요.(출판사 메디치미디어는 인문학 전공의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무동학교’를 열었다. 무료다. 최근 2기 학생들이 졸업했다.)

- AI, 어쩌죠.
▶큰일이죠. 닭을 너무 유전적으로 똑같이 만들어서 벌어진 일 아닌가 싶습니다. 초기 발병 때 연구됐어야 하는데, 너무 잔인해요. 끊임없이 철새에다 대고 뭐라 하는데, 철새가 글을 못 쓰니 철새를 대신해서 제가 글(기고)을 썼습니다(웃음). 철새는 죄가 없어요.

공생을 얘기하는 생태학자가 AI 사태에 대해 얼마나 답답할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국내에서 AI가 처음 발생했던 10년 여 전 좌절했다. 대조군을 만들어 연구하자는 그의 의견에 공무원은 “지금 장난하느냐”고 했다. 그 결과는 한 달 만에 살아있는 닭 오리 2천만 여 마리를 도살하고, 급기야 달걀마저 수입하게 된 이런 처참한 상황이다. 그의 대안은 10여 년 전과 똑같다. 다시 단호하게 말한다. “지금이라도 연구해야 합니다. 다른 방법 없습니다.”

화라는 건 절대 낼 거 같지 않은 온화한 미소는 자연의 이치, 생태계의 공생 법칙을 이해한다면, 누군가의 삶의 속도를 함부로 조절하려 드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게 내 유전자를 받은 자식이라 해도. 2017년 이 사회에도 공생의 바람이 불길, 함께 사는 방법을 생각하며 주변을 돌아보며 나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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