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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청년 전유물?…스타트업 '아재'를 주목하라

경험·실력 앞세운 40대 베테랑들의 도전…산업 현장부터 교육까지 혁신이루며 ‘두각’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서진욱 기자 |입력 : 2017.01.05 15:00|조회 : 1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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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청년 전유물?…스타트업 '아재'를 주목하라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디랩’이 최근 학부모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디랩은 아이들에게 직접 ‘창업’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스타트업. 매주 자녀와 학부모가 함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과정임에도 부산에서까지 찾아올 정도로 인기다. 올해로 창업 3년 차. 교육계를 흔들고 있는 디랩은 한 아이의 아빠이자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부 출신인 송영광 대표(41)의 머리 속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송 대표는 “IT업계에 20년간 몸담으며 아이들 세대는 우리와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고 느꼈다”며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 청년들의 전유 공간이던 IT(정보기술) 스타트업 업계에 ‘아재(아저씨)’ 바람이 거세다. 디랩처럼 사회 경험이 풍부한 40대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스타트업들이 업계에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것. 무엇보다 ‘아재 스타트업’은 사회 경험이 풍부한 중년들이 주역인 만큼 비즈니스와 산업 생태계에 밝은 게 장점이다. B2B(기업간거래) 등 2030세대 청년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실용적인 솔루션을 개발해낸다. 또 청년들이 놓치기 쉽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것들은 부모 세대의 시선에서 잡아내 서비스를 만들기도 한다. 정유년 새해를 맞아 고군분투하고 있는 40대 아재 스타트업들을 만나봤다.

◇“억대 연봉보다 도전”…아이들 창업 프로그램 만든 삼성맨=모토로라,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부에서 10년 넘는 경력을 쌓은 IT업계 베테랑 송영광 디랩 대표는 최근 VC(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주목하는 신예다. 아이들이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이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 창업까지 할 수 있는 ‘창업가 경험 제공’ 교육 프로그램 ‘디랩’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 그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핵심 부서에 몸담으며 깨달은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에 억대 연봉을 뿌리친 채 창업의 길에 나섰다. 딸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창업 아이템을 떠올렸다고 한다. 미래에는 취업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기반으로 한 자신만의 ‘업(業)’을 찾는 게 중심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진행했다. 현재 400여명의 아이들이 디랩에서 활동하고 있다.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올려 1400만원의 펀딩에 성공하며 화제가 됐던 ‘한글 시계’도 디랩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그는 “직장에서 불행하게 살면서도 자신의 삶을 찾아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작고 건강한 기업들이 많이 생겨야만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사업화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년 만에 뭉친 동아리 멤버…미지의 인도 공략하다=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대표가 꼽은 올해 가장 인상에 남는 투자. ‘트루밸런스’를 개발한 밸런스히어로도 대표적인 ‘아재 스타트업’이다. ‘절박한 중년 벤처’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SK텔레콤 자회사에서 아시아 태평양 사업팀장으로 활동했던 이철원 대표(45)를 중심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15~20년 경력을 쌓은 동아리 선후배들이 뭉쳤다. 밸런스히어로가 만든 트루밸런스는 인도에서 90%라는 압도적인 비율을 가진 스마트폰 선불 요금제의 잔액과 데이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앱이다. 데이터 연결이 안 된 상태에서도 잔액을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 인도 시장에 먹혀들었다. 출시 2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3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각자 분야의 ‘베테랑’들이 뭉친 만큼 시장조사부터 사업계획까지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는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창업하면 조금이라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늦은 창업의 문제는 도전하는 자세와 열정이 젊을 때만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하다”고 귀띔했다.

◇출장 스트레스 ‘공항가는 길’ 바꾼 이 남자=5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일간신문사 기자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과감한 전직을 시도한 이태희 벅시 대표(45). 그는 공항 전문 셔틀 서비스 ‘벅시’로 주목을 받고 있다. 벅시는 출발 지역과 시간을 선택하면 큰 짐도 실을 수 있는 대형 밴이 원하는 장소에서 픽업, 공항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다. 출장길에 오를 때 무거운 가방을 끌고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해야 했던 불편함을 줄여준다. 특히 밴을 다른 이용자들과 나눠 탑승함으로써 택시와 비교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 대표는 IT 기자로 활동하며 현장에서 느낀 ‘공유경제’ 시대의 도래와 잦은 출장에서 느낀 불편함에 착안해 벅시를 만들었다. 이 대표는 “창업이라는 말이 프랜차이즈 가게를 연다는 것으로 몰락했는데 실제 창업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며 “특히 인프라와 실무적 능력을 갖춘 30~40대는 창업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일 수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계천 숨은 고수’ 독자 기술로 IoT 스위치 개발=스마트 스위치 ‘고리’를 개발한 임태환 반디통신기술 대표(46). 보일러, 리모콘 등 실생활에서 필요한 하드웨어 개발분야에서 20년 넘게 잔뼈가 굵어온 베테랑 기술자다.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지금까지 하드웨어 개발만 지속해온 그는 현장에서 활동하다 향후 IoT(사물인터넷)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 반디통신기술을 창업했다. 창업 전에는 회사를 뛰쳐나와 청계천에서 8년간 하드웨어 제작 프리랜서 생활을 하며 틈틈이 제품을 개발했다. 이후 기술력을 인정받아 SK텔레콤의 중년 창업 프로그램 ‘브라보 리스타트’에 발탁, 현재 스마트홈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임 대표가 만든 고리는 RF(무선주파수)방식 전등 컨트롤러다. 보일러 분배기 컨트롤러를 개발하면서 쌓은 기술력이 직접적인 도움이 됐다. 특히 전등 자동화를 위한 전원 공급장치인 ‘전류 부스트’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임 대표는 “현장에서 몸으로 배운 실질적인 기술과 경험이 창업의 원동력”이라며 “앞으로 IoT 분야의 다양한 제품 개발로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 드림팀’ 클라우드 통해 애플리케이션 모니터링 혁신=12년 간 프로그래머로 활동한 이동인 대표(41)와 국내 APM(애플리케이션 성능 관리) 분야 전문가 김성조 CTO(최고기술책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스 공동대표 이한주 CSO가 뭉친 와탭랩스. 이 기업은 10분의 1 가격에 언제 어디서나 앱 모니터링이 가능한 ‘와탭’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다. 와탭은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 언제 어디서나 IT 서비스의 장애를 분석하고 알려준다. 모바일이 생활이 됐지만 모니터링 시스템은 사무실에만 머물러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용자 편의와 경비 절약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지 못했거나 모니터링 시스템의 구조를 몰랐다면 개발 자체가 불가능했을 서비스다. 이 대표는 와탭랩스를 통해 중장년 창업의 가치를 확인하고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꿈이다. 그는 “2030세대 창업은 실패해도 경력이 될 수 있지만 40대 창업은 그렇지 않아 아이디어가 있어도 창업이 어렵다”며 “와탭랩스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로 거듭나 더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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