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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열정페이?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소프트 랜딩]꼰대들은 청년들이 왜 분노하는지 모른다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7.01.27 06:30|조회 : 1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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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스태프(행사진행요원)를 모집합니다. 교통비·일급여 지급하지 않습니다. 자원봉사활동증명서 발급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업무에 따라 공연관람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제26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이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보라며 게시한 스태프 모집 공고 내용이다. 공고를 본 누리꾼들은 추억은 커녕 '이게 노예를 쓰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주최 측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행사 며칠을 앞두고 스태프 모집을 아예 취소해버렸다.

지난해 이랜드파크는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시간을 15분 단위로 쪼개 기록하는 '임금 꺾기’와 초과근로수당을 피하려 '조퇴 처리'를 하는 등 교묘한 방법으로 사실상 임금을 착취해 '신종 열정페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고용부의 근로감독 결과 이랜드파크는 무려 84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커지자 이랜드파크 측은 공식 사과문과 함께 미지급 임금을 돌려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아르바이트생 1000명을 정규직으로 즉시 전환하고, 공동 대표이사를 해임하는 등 경영진 문책을 단행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열정페이로 눈물 흘리는 청년들의 아픈 사례는 부지기수다. 지난 23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SNS를 통해 열정페이 피해 사례를 접수하자마자 하루에만 무려 500여건의 사례가 쏟아져 나왔을 정도다.

무보수 야근이 일상인 디자이너, 월급 38만원의 대학원생, 새벽 4시부터 저녁까지 일하고도 월급 120만원에 불과한 제과업체 직원, 밤낮없이 쪽잠을 자며 일하는 방송 스태프, 병원이나 공장에서 무임금 노동을 강요받는 고교실습생 등 안타까운 사연들로 가득했다.

이같은 열정페이 사례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고용주들의 입장에서 비정규직이나 단기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임금과 혜택을 줄이는 게 사업 비용을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업 훈련이나 현장 경험을 제공한다는 이유 때문에 보수를 못 받거나 푼돈에 불과한 터무니없는 임금을 받아도 청년들은 부당한 처우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철저한 약자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열정페이는 고용현장에서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임금을 줄이려는 고용주의 한없는 이기심과 힘없는 경제적 약자를 약탈하려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맞물려 발생하는 사회 왜곡 현상이다.

지난 수년간 국내 경제는 침체가 장기화되고 청년들의 취업경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 혹독한 수험생 시절을 거쳐 대학을 나왔다고 해도 원하는 직장에 취업을 하기가 정말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든 시대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의 청년실업률은 9.8%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청년층 실업인구는 43만5000명으로 전체 실업인구의 40%를 넘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사상 초유의 취업난 속에 수많은 청년들은 그나마 경력이라도 쌓아야겠다는 위기의식 속에 부당한 열정페이임을 알면서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에 처해 있다.

실제로 지난 해 국회의장 정책수석실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15~29세의 청년 근로자는 2013년 45만명에서 2016년 63만2000명으로 불과 3년 만에 거의 20만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2016년 2월 고용부가 열정페이를 근절하기 위해 '인턴(일경험 수련생)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음에도 여전히 상당수의 업체가 이를 무시하거나, 또는 단속의 눈을 피해 일을 시키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소위 꼰대라 불리는 기성세대들은 열정페이에 분노하는 요즘 청년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열정이 있으면 못할 게 없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요즘 청년들은 왜 이리 나약한지 모르겠다"고만 말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18일 조선대학교 강연 자리에서 청년들에게 "일이 없으면 자원봉사자로라도 나가서 세계 어디든지 다녀보고 '스피릿' (Spirit)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해 청년들의 힘든 처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청년들은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왜 청년들만 열정을 강요받아야 하는가? 요즘 젊은이는 고생을 살 돈조차 없다"고 항변한다.

그래서일까? 이꼴저꼴 보기 싫은 청년들은 아예 고용주의 부당한 대우가 거의 없고, 비록 적더라도 월급 체불이 없으며, 야근하면 수당까지 꼬박꼬박 나오는 공무원이 되려고 그토록 고시학원에 몰려드는 건지도 모른다.

불행 중 다행인지, 최근 고용노동부에서는 열정페이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한다던지, 열정페이 위반업체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등 다양한 열정페이 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고용주를 포함한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의 과거 겪었던 경험의 잣대로 오늘날 청년 세대들을 판단하고 비판하는 꼰대의 인식을 고치지 않는 이상 우리사회 어디선가 청년들은 열정페이를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1월 26일 (18: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성근
최성근 skchoi77@mt.co.kr

국내외 경제 현안에 대한 심도깊은 분석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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