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등급도 연봉 4.8%↑…세종문화회관의 이상한 '성과연봉제'

#서울시 출연기관인 세종문화회관 2급 직원 A씨는 2014년 4월부터 2015년 2월까지 '공로연수'를 갔다가 퇴직했다. 사실상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성과평가에서 2014년엔 A등급, 2015년엔 S등급을 받았다. A씨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총 726만원의 성과연봉을 지급받았다. 또다른 2급 직원 B씨는 2012년 성과평가에서 D등급을 받아 '성과개선대상자'로 꼽혔지만 기본 연봉은 오히려 4.8% 올랐다.


세종문화회관이 2012년부터 도입한 '성과연봉제'를 제멋대로 운영해오다 서울시 감사에 적발됐다. 저평가를 받은 C~D등급 직원들의 연봉을 올리는가 하면 팀장이 아닌 무보직자가 더 높은 평가 등급을 받는 등 유명무실하게 성과연봉제를 운용, 인건비를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2일 서울시가 산하 출연기관인 세종문화회관과 삼청각 등을 지난해 4~5월 감사한 결과 세종문화회관은 2012년부터 2~3급 직원 8명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지만 이같은 부실 운용으로 1억1400만원의 인건비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세종문화회관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C등급 이하를 받거나 팀장 보직을 못 받은 직원은 '성과개선대상자'로 분류해 기본연봉을 동결키로 했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은 성과연봉제를 시행한 지 5년째인 지난해 5월까지도 연봉동결 등 불이익 조치를 인사 규정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성과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연봉은 인상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3급 직원 C씨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C등급을 받았지만 기본 연봉은 매년 3~4.9%가량 꾸준히 인상됐다. 특히 C씨는 2013년 이미 연봉 상한액인 5720만원에 도달해 성과에 따른 기본연봉 조정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성과평가와 이에 따른 보상도 자의적으로 운영됐다. 무보직자인 3급 직원 D씨가 팀장인 E씨보다 더 높은 등급을 받아 성과연봉을 더 받았고, 4년간 보직이 없는 직원에게 불이익 없이 성과연봉이 지급됐다.


2015년엔 평가 대상인 2~3급 직원 8명 중 1명이 S등급, 6명이 A등급, 나머지 1명이 B등급을 받았다. 이같이 후한 평가로 2015년엔 직원 1인당 평균 9422만원의 높은 보수를 받았다. 또 2~3급 직원들에게는 관리수당 외 별도 시간외근무수당을 못 주게 돼 있지만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7명에게 총 2억6416만원의 시간외근무수당을 중복 지급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성과연봉제를 형식적으로 운용해 인건비 예산만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세종문화회관에 '기관경고'를 내렸다. 이에 대해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무성과에 따라 차별화되도록 조치를 마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