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 사태' 복지부, 박근혜가 만든 제대혈법에 첫 '메스'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이영성 기자 =
정부가 최근 차병원 차광렬 회장과 그 일가의 제대혈 불법시술 사건과 관련해 종합적인 제대혈 관리 개선안 마련에 착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4일 "차병원 사건 이후 제대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현재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상반기 내에 검토를 마치고 이후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합 개선방안은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제대혈법)을 중심으로 그 시행령 등 관계법령을 개정해 반영하게 된다.

제대혈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18대 국회의원이던 2009년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박 대통령이 18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한 뒤 본회의에서 의결된 5개 법안 중 하나다.

2010년 제정(2011년 시행) 이후 한번도 개정된 적이 없다. 의원입법으로 사소한 개정이 추진된 적은 있지만 의결에는 이르지 못했고, 정부에서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대혈 관리 강화를 위해 복지부가 우선 손질하는 부분은 제대혈은행장과 임상연구자를 독립시키는 것이다.

복지부는 제대혈은행장의 역할을 제대혈 관리·감독으로 한정하고 임상연구 등에 관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제대혈은행장이 임상연구에 참여하면 제대혈을 오남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유다.

이번 차병원의 경우, 임상연구 피험자가 아닌 차 회장과 회장부인 김혜숙씨, 회장 아버지 차경섭씨에게 총 9차례 불법 제대혈 시술을 한 진단검사의학과 의사 강모씨는 차병원이 운영하는 기증제대혈은행장이자 해당 임상연구의 공동연구자다.

강씨는 차 회장 등의 불법 시술을 위해 연구 목적이 아닌데도 분당차병원에 제대혈을 공급해 검찰에 고발됐다. 제대혈 시술은 현재 중증질환이나 임상연구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또 차병원 제대혈은행은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제대혈을 분당차병원에 제공하고, 이를 제대혈정보센터에 승인받은 것처럼 꾸며 거짓으로 신고했다. 보건당국은 해당 사실을 조사 전 알지 못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대혈이 은행에서 일선 의료기관으로 공급되는 과정을 보다 촘촘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임상연구 정식 피험자로 참여한 차 회장의 다른 일가와 지인, VIP 고객 등 총 48명에게 제대혈 시술을 약속한 정황도 이번 조사에서 포착됐다. 복지부는 이들에 대한 특혜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지만, 언제든 임상연구를 빙자해 제대혈 시술이 'VIP 관리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태다.

중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대혈 시술은 한유닛당 수백만원을 호가하지만 임상연구일 경우 무료로 제공토록 돼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제기된 문제와 의혹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복지부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이번 차병원 사건과 제대혈 관련 다른 연구들을 검토해 종합적으로 개선 사항을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은 제도적으로 개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차병원이 회장 일가와 VIP 고객을 대상으로 불법 제대혈 시술을 한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해 12월 21~23일 분당차병원과 병원 제대혈은행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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