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 하락 이랜드리테일, 1조 IPO 가능할까

올 상반기 IPO(기업공개)를 앞둔 이랜드리테일의 회사채 신용평가등급이 하향 조정돼 시가총액 규모가 기대치인 1조원을 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이랜드리테일 영업가치 대비 순차입금 규모가 많아 1조원의 기업가치에 맞춰 공모가를 산정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3분기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약 2조6000억원이다. 2015년 말 순차입금 2조3000억원보다 규모가 더 커졌다.


최근 이랜드리테일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조정한 한국신용평가는 "이랜드리테일이 그룹 차원의 계열 지원과 영업 투자를 지속한 탓에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랜드리테일의 지난해 말 3분기 연결재무제표를 토대로 영업가치를 계산하면 순차입금보다 적거나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과 같은 유통·레저·호텔 업종의 평균 EV/EBITDA 배수는 8배다. 이랜드리테일의 3분기 말 연결 기준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차감전영업이익) 2903억원을 감안하면 업계 평균 수준 EV/EBITDA를 적용했을 때 영업가치는 2조3223억원 수준이다.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그룹의 중간지주사인 점을 감안하면 공모가를 산정할 때 동종업계 평균 EV/EBITDA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계획을 철회했지만 롯데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 역시 상장 준비 과정에서 EV/EBITDA를 적용한 상대가치 평가법을 사용했다. EV/EBITDA를 통해 공모가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영업가치와 비영업가치를 계산해 더한 뒤 순차입금을 빼야 한다.

EV/EBITDA 배수 대신 일반적으로 쓰이는 PER(주가수익배율)배수를 적용해도 공모 규모는 1조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분기 순이익(약 508억원)에 와이즈에프엔이 산출한 동종업계 평균 PER 15.9배를 적용하면 예상 시가총액은 8000억원을 간신히 넘는다.

이런 가운데 신용평가 등급 하향으로 재무 전망에 대해 먹구름이 끼면서 공모 규모 부풀리기가 능사는 아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공모시장에서도 기업 건전성과 성장 전망 대비 고평가를 받은 종목들의 주가가 좋지 않았다"며 "재무상태 대비 적정 기업가치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12월2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르면 3월 중에 증권신고서를 내고 본격적인 공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