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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하라

[줄리아 투자노트]

줄리아 투자노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입력 : 2017.01.07 07:32|조회 : 1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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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돈을 많이 벌어 일찍 은퇴하는 것이 직장인들의 꿈이었던 때가 있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도 조기 은퇴 바람을 불어넣는데 한몫했다. 근로소득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니 돈을 빌려서라도 부동산에 투자해 꼬박꼬박 임대수입이 들어오게 시스템을 갖추고 조기 은퇴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근로소득에 생계를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취약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근로소득을 얻으려면 일할만한 건강이 유지돼야 하고 일할 곳이 있어야 한다. 건강이 상하면 일을 못해 소득이 끊기고 회사에서 잘리면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그러니 매월 꼬박꼬박 나오는 임대소득은 여전히 거의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다.
새해엔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하라

근로소득 외에 매월 꾸준히 들어오는 현금흐름에 대한 바람은 아직도 간절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조기 은퇴에 대한 열망은 크게 식었다는 점이다. 미국 근로자복지연구소(EBRI: Employee Benefit Research Institute)가 지난해 2월에 25세 이상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0세 이전에 조기 은퇴하고 싶다는 응답은 8%에 불과했다. 25년 전인 1991년에는 19%로 두 배 이상 많았다. 반면 66세 이후에 은퇴하거나 아예 은퇴하고 싶지 않다는 대답은 같은 기간 11%에서 43%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점점 더 은퇴 시기를 늦추고 싶어하는 것은 기대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수명이 늘어났다고 해도 일하는 것보다 일에서 해방돼 노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돈 많은 기업의 오너 회장님, 사장님들 다수가 ‘몰디브에서 모히토’를 마시는 삶을 살지 않고 은퇴 없이 일하는 것은 왜일까. 한 마디로 삶의 의미 때문이다.

사람이 충족감을 느끼며 살려면 건강과 재정, 의미라는 3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사람들이 돈이 있어도 은퇴를 늦추려는 것은 그저 쉬고 노는 삶에서는 자신이 살아야 할 의미, 목적 의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이 곧 삶의 목적, 의미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출근하기를 싫어하고 일을 지겨워하며 휴가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이 곧 삶의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을 싫어하면서도 은퇴 이후 일 없는 삶을 두려워하는 모순된 현실은 어쩌면 정신없이 일하느라 진지하게 자기 인생의 목적이나 의미를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 별 생각 없이 몰아치듯 직장생활을 하다 회사를 나와 24시간을 온전히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면 넘치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멘붕’에 빠지기 때문일 수 있다. 회사가 이끄는 대로만 살면 회사가 사라졌을 때 삶의 의미가 사라진 듯 허탈해진다. 이런 사람들은 일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삶의 목적 자체가 없었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에 대비하라고 조언하지만 목적을 갖고 인생을 살려면 은퇴가 아니라 죽음에 대비해야 한다. 내게 20년이 남았다면, 30년이 남았다면, 40년이 남았다면 무엇을 할지 새해를 맞아 쭉 정리해보자. 이렇게 기대수명에 따라 할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해보면 자기 인생의 큰 그림이 그려진다.

수명이 20년 남았을 때와 40년 남았을 때 하고 싶은 일이 다를 수 있다. 이 경우 지금밖에 못하는 일,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을 나눠본다. 이렇게 시간순으로 하고 싶은 일, 내게 의미 있는 일을 쭉 나열한 뒤 덜 중요한 것들은 지워 나간다. 대개는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예컨대 지금 초등학교 다니는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직장에서 승진을 위해 대학원도 다녀야 한다면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낫다. 자녀의 초등학교 시절은 인생에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승진이나 대학원 공부는 좀 늦어도 할 수 있다.

2년 전까지 회사에 다니면서 번역을 했다. 설날이나 추석 명절 때도 번역에 매달렸고 휴가 땐 노트북을 싸들고 가 호텔 방에서 번역했다. 그러다 돌아보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너무 없어 가족들의 원망이 쌓였고 몸은 힘들었다. 그 때 내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고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해봤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인생의 목적을 향해 나아감 없이 너무 많은 일을 하느라 오히려 젊은 날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일을 많이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욕망을 가지치기해 하고 싶은 일, 그래서 하고 있는 일들을 줄이고 줄여 핵심만 남겨야 오히려 큰 일을 이룬다. 살면서 많은 일을 했지만 돌아보면 정말 가치 있는 일, 중요한 일은 많지 않다. 더 이상 시간을 허비했다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회사 없이도 충족한 삶을 살기 위해 당신이 맞춰야 할 인생의 과녁을 무엇인가. 새해엔 그 과녁을 찾아 방향성 있는 삶을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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