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강남 노형동, 전셋값 수준 타운하우스 인기

제주 주택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제주 시내에서 가까운 타운하우스 분양에 현지 실거주자들의 관심이 높다. /사진=제주에서 분양 중인 타운하우스 단지 전경.

'제주의 강남'으로 불리는 제주시 노형동의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전셋값 수준에 공급되는 주변 타운하우스 분양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서울 등 외지 투자자들의 '세컨하우스' 개념으로 출발한 제주 타운하우스는 최근 오히려 신규주택을 선호하는 현지 실수요자들에게 인기몰이 중이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생활편의시설과 교통·교육시설을 갖춘 제주시 노형동 인근에 공급되는 타운하우스를 매입하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과 외지인의 투자가 몰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춤해진 수요를 자산가치 상승으로 구매력을 갖게 된 현지인들이 대체하는 모습이다.

특히 노형동 중심가 아파트 전셋값 수준이면 자동차로 10~20분 안팎 거리에 새로 지은 주택을 분양받아 거주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형동 아파트값은 서울 강북의 웬만한 단지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노형2차아이파크 전용 115㎡는 지난해 11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단지 고층은 호가가 11억원~12억원에 육박한다.

전용 84㎡ 매매가는 7억7000만~8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전세는 4억8000만원~5억원선이지만 품귀 현상을 빚고 있어 가격이 상승세다. 보증금 2000만원에 연 2500만원을 월세로 한번에 내고 1년 단위로 거주하는 경우도 적잖다.

주변 아파트값도 덩달아 상승하며 전반적인 시세를 끌어올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서귀포 지역 아파트값은 전년 대비 10.2% 상승해 서울(4.2%)과 전국(1.5%) 평균 상승률을 압도했다.

노형동의 T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노형동 아파트값이 워낙 비싸 시내에서 가까운 타운하우스에 입주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예전엔 집주인이 외지인들이어서 밤에 죄다 불이 꺼져 있었는데 요즘은 1~2월 입주가 한창"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노형동 등 제주 시내에서 가까운 타운하우스 분양 단지들의 계약자 60% 가량이 제주 현지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나머지 40%도 관광객 임대수요보다는 제주로 이주해 실거주하기 위한 목적이 많다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행사들도 서울 등 수도권 투자자보다 현지인들을 타깃으로 분양전략을 수정했다.

제주시 애월읍에 분양 중인 40여가구 규모의 타운하우스 '헌스빌리지'는 '노형동 아파트 전셋값보다 저렴한 2층 전원주택'을 내세운 막바지 분양이 한창이다. 전용 425~705㎡에 매매가는 5억원 중반~6억원 안팎, 전세가는 4억원선이다.

앞서 애월읍 유수암리, 소길리, 장전리 일대에 들어서는 46가구 규모의 '예그린 타운하우스'도 분양을 진행했다. 제주국제공항에서 가깝고 제주영어교육도시, 중문관광단지, 신제주 인접성을 내세워 이주민과 실거주자에게 관심을 모았다.

제주 타운하우스 분양 관계자는 "타운하우스가 이제 유령마을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이사와서 사는 전원마을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이전과 비교하면 가격부담도 있고 거품우려도 나오지만 아직 문의는 꾸준한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