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시간' 朴대통령 해명에도 풀리지 않는 '세 개의 공백'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2017.1.8/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을 밝힌 답변서를 10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

바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거나 자료가 부족해 이해가 충분히 안 되는 행적 사이의 '공백'들이다. 박 대통령이 제출한 답변서에는 이러한 공백이 총 세 차례 나온다.


◇사고 인지, 왜 1시간이나 걸렸나?

첫 공백은 세월호 참사 신고 시간인 오전 8시52분부터 박 대통령이 이를 처음 알게 된 오전 10시까지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대통령이 왜 1시간이나 지난 뒤에 사고를 인지했는지 충분히 해명해야 한다.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의 증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오전 9시쯤 청와대 관저 '집무실'로 들어갔다. 이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로 향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후 5시쯤까지 관저를 벗어나지 않았다.


오전 9시는 세월호 신고 8분 후다. 여러 단계의 보고 체계를 고려하더라도 사고 1시간이 지나서야 대통령이 이를 알았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더구나 오전 9시쯤부터 생방송으로 세월호와 관련된 보도가 이어지고, 인터넷으로도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답변서에는 대략 1시간 동안의 박 대통령 행적이 설명되지 않고 있다.

재판부도 이 점을 지적했다. 이진성 재판관은 3회 변론기일(10일)에서 "답변서에 따르면 당일 오전 10시에 보고를 받아서 알게 된 것처럼 기재 돼 있다"며 "기억을 살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을 언제 처음 인지했는지 밝히라"고 박 대통령 측 대리인에게 요구했다.

아울러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TV를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는데 대통령은 TV를 통해 확인하지 않았는지도 설명하라"고 명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이중환 변호사는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는 TV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전화 통화기록 있나?

두 번째 공백은 김 전 실장에게 최초 지시사항을 하달한 오전 10시15분부터 오전 11시23분까지다. 이 공백은 '대통령이 적극적 조치를 취했느냐'를 입증하는데 중요한 구간이다.

답변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쯤 사고를 인지한 뒤, 15분 후 김 전 실장에게 지시사항을 전화로 하달한다. 7분 후인 오전 10시22분에 다시 김 전 실장에게 전화해 구조를 재차 강조한다.

8분 후인 오전 10시30분에는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해 '특공대 투입을 해서라도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고, 오전 11시24분에는 김 전 실장과 한 차례 더 통화한다.

답변서에 따르면 오전 동안 박 대통령이 전화한 횟수는 이렇게 네 차례지만 이에 대한 기록은 없다. 반면, 오후 들어 최원영 당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과의 통화 기록은 증거로 남아있다고 대리인단은 밝혔다.

이 재판관은 "답변서에 박 대통령이 김장수 안보실장과 수차례 통화를 했다고 돼 있다"며 "답변서에 첨부한 자료는 국가안보실에서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보낸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원영 복지수석과 오후 12시50분 통화한 기록은 있다고 돼 있다"며 "안보실장과의 통화기록도 있을 것 같은데 이 기록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3회 공개변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7.1.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머리 손질 받으며 보고서 검토?

마지막 공백은 중대본으로 향하기까지의 마지막 1시간20분 동안의 행적이다. 이 공백은 가장 길지만 뚜렷한 행적은 잡히는 게 없다.

박 대통령은 오후 3시 비서관에게 중대본 방문을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오후 3시30분, 사회안전비서관실의 상황 보고서를 검토한 박 대통령은 5분 후 머리 손질을 약 20분 동안 받는다.

머리 손질이 끝난 시간은 오후 3시55분쯤이다. 오후 3시42분 외교안보수석실에서 받은 보고서는 박 대통령이 머리손질을 받으며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머리손질이 끝나기 10분 전(오후 3시45분), 사회안전비서관실은 중대본에서 말한 '대통령 말씀자료'를 준비해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박 대통령의 이후 행적은 중대본으로 향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후 5시쯤까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오후 4시10분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지만 박 대통령은 여기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중대본 방문 지시 후 도착까지 걸린 시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에 대해 "중대본 앞에 트럭이 고의로 돌진하는 사고가 있는 등 경호상 문제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저에서 중대본까지의 거리는 자동차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기에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세 공백에 관한 대리인단의 충분한 해명이 없다면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로 든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에 저촉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운명이 '세월호'에서 결정될 수도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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