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상금 60억 걸린 UAE 드론대회…韓 톱3위 유력해도 웃지 못하는 이유

'제1회 모하메드 빈 자예드 국제 로봇경진대회’의 '챌린지1'은 드론이 이동 중인 지상차량의 위치를 추적한 후 그 위에 착륙시키는 미션이다./사진=KAIST 팀USRG

총상금 60억원에 이르는 로봇 경진대회가 오는 3월 16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야스 마리나 서킷에서 열린다. UAE칼리파대학이 주최한 ‘제1회 모하메드 빈 자예드 국제 로봇경진대회’가 바로 그것. 국제 드론대회 중 가장 많은 시상금이 걸렸다. 한국 대표로는 심현철 카이스트(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와 그의 연구실 석·박사 학생들로 구성된 ‘팀(Team) USRG’가 출전한다.


지난 2015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기획국(DARPA)이 주최한 'DARPA 로보틱스챌린지(DRC)' 결선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휴보’에 이어 KAIST가 글로벌 로봇 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심현철 교수/사진=KAIST

심현철 교수는 국내 1세대 드론 연구자다. “지난 1991년, 미국 조지아공과대학에서 열린 드론 대회를 소개한 연구실 선배의 권유로 드론 연구에 흠뻑 빠져들게 됐죠.” 심 교수는 이후 △방제용 무인헬리콥터 △한국형 무인전투기 △드론 편대비행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드론 비행제어장치 등을 직접 개발했다.

심 교수는 이번 첫 대회 개최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중동의 왕족들은 기술을 잘 이해하고개방돼 있죠. 미래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지만 전문인력이 없어요. 그래서 전세계 기술 엘리트들을 흡수하고 싶어하죠. 수 조원대 오일머니로 세계 최고의 첨단기술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UAE 등 중동 산유국들은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재정난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적 탈출구 마련을 위해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육성해 탈출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며, 이번 대회 취지도 이와 무관치 않다.


‘모하메드 빈 자예드 국제 로봇경진대회’는 총 3가지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돼 ‘로봇계 철인 3종’으로 불린다. 먼저 ‘챌린지1’은 드론이 이동 중인 지상차량의 위치를 자동으로 추적한 후 그 위에 착륙하는 미션이다. ‘챌린지2’는 로봇이 열려진 가스 밸브를 찾아 잠그는 과제, ‘챌린지3’은 곳곳에 놓인 블록을 지정된 위치에 가장 빠르게 옮기는 일을 수행해야 한다.

'제1회 모하메드 빈 자예드 국제 로봇경진대회’의 '챌린지2'는 로봇이 열려진 가스 밸브를 찾아 잠그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사진=KAIST 팀USRG

“챌린지1은 수상권에 있다고 봐요. 하지만 챌린지3은 아이비리그 대학인 유펜(펜실베니아대)이 막강하다고 들었어요. 남은 대회 준비기간동안 3번째 관문을 넘기 위한 기술력 보강에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대회 주최 측은 팀USRG의 톱 3위 진입이 무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300개가 넘는 대회 참여 신청 팀 중 가장 안정되고 고도화된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는 KAIST팀을 비롯해 조지아공과대학, 싱가포르국립대학, 시안교통대학 등 국제기관에서 선정한 45개 팀이 최종 출전권을 얻었다. 전세계 내로라하는 드론 연구진들이 총출동해 경합을 벌이는 이 대회를 바라보는 심 교수의 마음은 우승에 대한 기대보다 아쉬움이 더 크다.

“예전에는 국내에서도 좋은 경기가 많았어요. 하지만 일부에서 경진대회를 산업통상자원부와 같은 정부 부처에서 주관하는 게 맞나라는 논쟁이 붙으면서 대회 크기가 많이 줄었죠. 아이러니한 점은 대회가 축소된 시점과 우리가 중국 드론 기술에 추월당하기 시작한 시점이 일치한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