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묵시위' 제안자 용혜인씨, 1심서 벌금 300만원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1

세월호 참사 추모 침묵시위를 제안해 관심을 끌었던 대학생 용혜인씨(27·여)가 여러 집회에 참석해 교통을 방해하고 경찰의 해산 명령에 응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2014년 5월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근처 일민미술관 앞에서 '가만히 있으라'라는 피켓을 펼치고 침묵행진을 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오윤경 판사는 11일 일반교통방해 및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용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오 판사는 "용씨가 각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벌금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오 판사는 용씨가 무죄를 선고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용씨가 침묵행진을 했을 뿐 '박근혜 퇴진하라' 등 구호를 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해당 침묵행진이 집시법에 따라 신고 의무가 없는 집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행 집시법 제15조에 따르면 학문·예술·체육·종교·의식·친목·오락·관혼상제 및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는 신고 의무가 없다.

용씨는 2014년 5월부터 이듬해 11월 사이 총 10건의 집회에 참석해 신고 장소를 벗어나 시위나 행진을 하고, 경찰의 해산 명령에 응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차로를 점거해 교통을 방해한 혐의도 있다. 용씨가 주최하거나 참가한 집회는 세월호 참사 추모 관련 집회, 노동 문제 관련 집회 등이었다.

한편 용씨의 사건은 수사 단계에서 위법한 카카오톡 압수수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인 바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과 은평경찰서는 용씨가 세월호 참사 추모 침묵행진을 기획한 데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카카오 법무팀에서 용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넘겨받았다.

재판에 넘겨진 이후에야 카카오톡 압수수색 사실을 알게 된 용씨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고, 압수수색 당시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준항고를 청구했다. 준항고란 수사기관의 부당한 처분에 대해 취소 또는 변경을 요청하는 것이다.

법원은 지난해 2월 용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검·경의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법원은 "압수수색 과정에 용씨와 변호인이 전혀 참여하지 못한 점, 카카오톡 대화 등이 내밀한 사생활에 속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압수수색은 취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