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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 설립 일화만 들어도 책 한권 나올 듯"

[제1회 과학소설공모전 소백산 천문대 기행기]②'네번째 세계'의 이영인 작가

문화를 일구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이영인(필명) 작가 |입력 : 2017.01.14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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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머니투데이가 주최한 제1회 과학소설공모전에 당선한 두 작가가 부상으로 주어진 소백산 천문대를 지난해 12월 10일 1박 2일 일정으로 기행했다. 영하 15도 이상의 강추위에서 보는 풍경은 지구의 그것이 아닌 양, 신비롭고 다채로웠다. ‘피코’로 대상을 받은 이건혁 작가와 ‘네 번째 세계’로 가작을 수상한 이영인(필명) 작가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나선 ‘모험’의 길에서 체득한 소감과 양식이다. 두 작가가 과학적 상상력을 얻기 위해 이 기행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지식과 지혜를 얻었는지 체험기를 적었다. 과학소설의 미래는 현장에 있다는 걸 두 작가는 또렷한 메시지로 증명했다.
나이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에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간 적이 있다. 평소처럼 자다가 깨 보니 낯선 차 안이었고, 몽롱함 속에서 당황했던 것과 이따금 시꺼먼 유리창을 보며 칭얼거렸던 것 외에 다른 것은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렇게 간 곳은 어느 언덕 자락이었는데, 어른들은 영문을 몰라 부루퉁하던 나에게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손가락 끝에는 탁 트인 밤하늘이 있었고 셀 수도 없이 많은 별이 빛나고 있었다.

별이 어찌나 많았던지 하늘 전체가 빛나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중의 몇몇은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유성우가 쏟아지는 날이었던 것이다. 도시에서 태어나 밤에 떠 있는 것이라고는 달과 하얀 점 한두 개밖에 모르던 나는 처음 보는 광경에 정신없이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곳이 언제 어디였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아직까지도 그때의 약간 쌀쌀하던 바람과 은하수 그리고 별똥별은 잊지 못한다. 그때부터 밤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고 생활에 치여 별이라는 것이 뇌리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가도, 이따금 밤하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제에는 귀를 기울이다가 그날을 떠올리곤 한다.

어찌어찌 운수가 좋아 머니투데이와 소백산 천문대의 지원을 받아 천문대 워크숍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다. 천문대는 관측을 위해 인공조명이 많은 곳에는 지을 수 없고 일반인의 출입도 제한된다. 게다가 단양도, 소백산도 모두 처음 가보는 곳이었기 때문에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차를 몇 번 갈아타고 한가로운 겨울 풍경을 지나니 소백산천문대에 이르렀고, 성언창 소백산천문대 대장을 만났다. 소백산천문대는 거대한 연구 단지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가장 오랜 천문대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성 대장은 1988년부터 소백산천문대에 근무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밤하늘을 보는 사람들의 고충과 발전상을 어렴풋이나마 그려볼 수 있었다.

자연히 그에게는 잊지 못할 일화들도 잔뜩 있었다. 천문대 설립 초창기에 모든 난방시설이 고장 나서 고생한 일이나, 천문대의 철조망이 피뢰침 역할을 하는 바람에 번개만 치면 철조망 전체가 불꽃이 튀었다는데 그런 일화들만 모아도 책 한 권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관측 장비에 관한 것이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별을 관찰하는 것은 훨씬 고된 일이었다. 천문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필름 카메라로 찍어 일일이 현상을 하고, 노이즈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름을 문자 그대로 오븐에 구웠으며, 1%의 선명도를 향상하기 위해 몇 시간씩 보정작업을 해야 했다. 열정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디지털카메라와 CG가 보급되자 사진을 촬영하는 속도도, 선명도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었다. 과거에 몇 시간을 들여서 한 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요즘에는 그보다 몇 배나 정교한 사진을 단 몇 초에 찍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성 관장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업무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으니, 더 많은 보정 작업과 연구가 가능해진 것이다. 천문대에서는 관측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여 운영하고 있었고, 우리가 견학하던 시간에도 연구진들이 바쁘게 업무를 보고 있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아마추어 천문가들도 놀라운 사진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천문대의 통로 한편에는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천체사진이 있었는데, 바로 잡지 표지로 쓸 수 있을만한 사진들이었다. 1년 동안 매달 같은 자리 같은 시각에서 달을 찍은 사진, 일식을 촬영하기 위해 호주까지 가서 만들어낸 사진을 보면서 그들의 열정과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밤이 되자 밤하늘을 볼 수 있었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맑았고 만월에 가까운 달이 하도 밝아서 은하수까지는 볼 수는 없었으나, 달밤은 달밤의 재미가 있었다. 인공조명이 전혀 없는 희뿌연 달빛은 상상 이상으로 밝아서 달그림자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천문대 마당에서 준비된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달과 별을 관측했다. 연구원의 도움으로 손쉽게 달의 크레이터까지 구경할 수 있었다. 달빛이 망원경을 통해 관측자의 눈에 들어가 맺혔고 눈동자 안에서 영롱하게 빛났다. 하늘을 보려면 제법 준비가 필요하고 구름이라도 끼면 허탕을 쳐야 하지만, 이따금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기도 한다. 이날도 그런 날이었다.

본래 이러한 워크숍은 천문인 관계자에게만 허용되던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성 대장은 2009년부터 문화예술 종사자들을 초청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워크숍과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과학 또한 하나의 문화이며, 대중이 과학에 쉽게 접근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주변을 둘러볼 때 천문에 관심은 있으나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상당히 공감할만한 이야기였다.

성 대장의 이러한 노력은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소백산천문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과 웹툰이 나왔고, 입소문을 탄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1년 가까이 예약이 가득 차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워크숍을 통해 막연하게만 접하던 천문인들의 노력과 특색을 볼 수 있었다. 앞으로 별을 볼 때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함께 소백산 천문대가 떠오르지 않을까 한다.

끝으로, 흔치 않은 워크숍을 지원해주신 머니투데이와 소백산천문대의 관계자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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