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우려' 기업, 회계법인 의무 교체…"선택지정제 추진"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 통합브리핑실에서 2017년 금융위 업무계획에 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br>/사진제공=금융위원회

앞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나 분식회계 우려가 높은 기업들은 자유로운 외부감사인 선임이 제한된다. 한 회계법인에서 장기간 감사를 받았다면, 반드시 일정 기간 다른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야 한다. 회계법인에 대해서도 '등급제'를 적용, 감사품질이 낮으면 상장회사 감사가 제한된다.


금융위원회는 12일 발표한 금융개혁 주요 추진과제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회계제도 개선 확보 종합대책을 이달 말까지 확정·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대 관심사인 자유수임제 제한 및 지정감사제 확대 방안과 관련, 금융위는 이른바 '선택지정제'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회계분식 발생시 영향이 크거나 분식 발생이 용이한 회사 등을 중심으로 자유수임을 제한하는 방안이다. 기존의 지정감사가 당국이 회계법인을 지정해주는 방안이었다면, 선택지정제는 회사가 기존 외부감사인을 제외한 회계법인을 선택하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

가령 한 상장사가 6년간 동일 A회계법인과 외부감사 계약을 맺고 있었다면, 이후 3년간은 A를 제외하고 기업이 골라 온 B·C·D 회계법인 중 한 곳을 금융당국이 지정해 주게 된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자유수임을 제한받는 기업은 전체 상장사 중 3가지 그룹을 설정해 대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3개 그룹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회사(주주가 많은 회사 등) △지배구조나 재무특성상 분식회계 취약점이 있는 회사(소유·경영의 미분리 기업 등) △회계 투명성 유의 업종에 속한 기업 등이다.


김 사무처장은 "3개 그룹에 어느 회사가 포함되는지, 전체 상장회사 중 몇 퍼센트 정도가 해당되는지 등을 시뮬레이션 중"이라며 "이달 말까지 확정·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회계학회의 연구용역을 통해 △혼합선임제=일정기간(9년/18년) 자유선임 후 3년 지정 △이중감사제=6년 자유선임후 1년은 감사인 2곳이 외부감사 △지정제 확대=자유선임을 원칙으로 하는 가운데 지정사유를 확대하는 방안 등 3가지를 제안받았으며, 이 같은 내용도 고려해 감사인 지정제 개편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회계법인 등급화를 통한 감사업무 제한이 이뤄진다. 지금은 일정 규모 이상의 회계법인은 누구나 상장회사를 감사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금융당국이 품질관리 기준을 정해 회계법인을 점검한 뒤 '등급'을 부여, 상장회사 감사 자격을 일정 등급 이상으로 제한하겠다는 것. 회계법인의 자체적인 감사품질 관리를 유도하기 위한 대책이다.

현재 수주산업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핵심감사제(KAM)'는 상장기업 전체로 확대된다. 정부는 업종과 자산규모 등을 고려해 적용 대상은 단계적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장사의 감리 주기도 대폭 줄인다. 약 '25년'인 현재 금감원 감리 주기를 10년까지 줄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의 특별감리 조직을 현재의 '팀'에서 '실'로 격상시키고, 올해 20여명을 충원하는 등 2.5배까지 단계적으로 인력을 늘린다.

이밖에 △한국공인회계사에서 업종과 회사 규모 등을 기준으로 하는 표준감사 기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기업의 내부회계 관리제도에 외부감사이 감사의견을 표명하도록 해 실효성을 높이며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회계법인이 감사 대상 기업의 매수 목적 자산실사 및 가치평가를 못 하게 되며 △모기업의 외부감사를 맡고 있는 회계법인은 자회사에 대해서도 컨설팅을 하지 못하게 된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회계투명성 신뢰성 제고를 위한 보다 상세한 종합대책을 이달 말까지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