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측근' 송성각 "묻어 버린대"라며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사진=뉴스1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8)이 포스코 계열사 포레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컴투게더 대표에게 "재단에서 형을 묻어버리라고 했대"라고 말하며 지분을 넘기라고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 전 원장은 최순실씨(61)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했던 광고감독 차은택씨(47)의 측근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3일 진행된 차씨 등 5명에 대한 2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컴투게더 임원 주모씨(50)는 "한상규 컴투게더 대표가 녹음한 내용에 따르면 송 전 원장은 한 대표에게 '재단이라는 것이 있는데 거기서 형을 묻어버리라고 했대', '말을 안 들으면 세무조사까지도 할 수 있대'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주씨는 2015년 말 한 대표에게서 대화 내용, 통화 내용이 담긴 68건의 녹음 파일을 전달받았다. 당시 한 대표는 주씨에게 "내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때 가서 쓰일 수 있으니 보관하고 있으라"고 지시했다. 주씨는 이후 컴투게더가 포레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압력이 있었다는 점을 인지하고, 언론 기사와 해당 녹음 파일 등을 토대로 '포레카 게이트 관계도'와 '타임 테이블'을 작성했다.

검찰이 주씨에게서 입수한 이 관계도는 이날 법정에서 공개됐다. 주씨는 관계도에 "(차씨 측이) 포스코 자회사인 포레카를 인수해 대기업 광고를 싹쓸이하고자 회유와 협박을 했고, 뜻대로 되지 않자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했다"고 적었다. 앞서 검찰 조사 결과 플레이그라운드는 최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주씨는 "포레카 인수 과정에서 있었던 협박과 강요 탓에 한 대표의 체중이 49㎏까지 빠진 적이 있었다"며 "겉으로 보기에도 힘들어 보였고, 심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직접 한 대표를 협박했던 송 전 원장 등의 배후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 차은택 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느냐"고 묻자 "그렇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컴투게더가 포레카를 인수한 뒤에도 각종 부당한 압력을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포스코에서 포레카에 발주하는 광고물량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주씨는 "원래 포스코가 포레카에 연간 500억∼600억원의 일감을 주는데 인수를 한 뒤 새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포스코 측이 연간 최소 100억원 이상의 광고물량을 보장한다고 했다"며 "그런데 이후 100억원 상당의 일감이 넘어선 뒤에는 포스코 측의 광고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주씨는 또 "컴투게더가 포레카를 인수한 뒤 금융위원회 광고를 수주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며 "안 전 수석이 '컴투게더는 안된다' 이런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차씨는 송 전 원장 등과 함께 2015년 3월부터 6월까지 포레카 지분을 빼앗기 위해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컴투게더를 압박한 혐의(강요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 가담한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김홍탁씨, 모스코스 사내이사 김모씨 등도 함께 기소됐다. 차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자금 1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별도로 받는다.

이들은 공모관계 등을 부인하며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는 이날 재판에서 "모든 상황을 살펴본 결과 피해자 입장에서는 압박과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이해가 된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으로 입장을 변경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