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르면 내일 이재용 부회장 영장 청구 여부 결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밤샘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번 주말 사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13일 정례브리핑을 열고 "이 부회장 신병처리 여부는 내일이나 모레 사이 결정될 것"이라며 "삼성 관계자들 신병처리 여부도 그때 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도움을 얻는 조건으로 최순실씨 일가를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 회장은 전날 오전 특검에 출석했다. 이후 22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이날 오전 7시 51분쯤 귀가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최순실(61)씨에 대한 지원에 얼마나 개입했고, 대가성은 없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와 위증을 주된 혐의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기존의 진술과 같은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이 특검보는 "(이 부회장이) 기존 언론 보도와 크게 다른 점 없이 진술한 것으로 안다"며 "조사할 내용이 많고 핵심 내용에 대해 수사팀과 피의자(이 부회장) 진술이 불일치해 수사가 오래 진행됐다"고 말했다.

특검은 그간 수사를 통해 최씨가 박 대통령을 통해 이 부회장에게 삼성자금을 요구한 정황을 곳곳에서 포착했다. 특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5년 7월과 지난해 2월 이 부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최씨 측이 작성한 문건을 전달했다. 이 문건엔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종목인 승마와 최씨 조카 장시호씨 회사인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지원하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 후 최씨 요구대로 300억원대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특검은 최씨를 뇌물 혐의로 입건했으며, 박 대통령에 대해 뇌물 혐의를 적용할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의 신병 처리도 이 부회장과 함께 일괄 결정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 측 관계자들은 "최씨에 대해 알지도 못한다"는 '모르쇠'입장을 고수하다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자 "대통령 압박에 못이겨 최씨를 지원했다"는 '피해자' 입장으로 기조를 선회했다. 이 부회장은 이 과정에서 "대통령은 2015년 7월에 처음 만났다"고 했다가, "2014년 9월에 만난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와 검찰 조사에서 다른 진술을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이 특검보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이 위증을 했다는 것은 구속영장 청구 사유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속영장 청구에 힘을 실리는 발언이다.

한편 특검은 논란이 일고 있는 태블릿PC에 대해서는 "태블릿PC 소유자가 최순실이고, 태블릿PC에 개설된 이메일이 최순실 명의고, 태블릿PC에서 e메일을 사용한 것이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며 "더이상 논란은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특검팀은 이날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혐의로 구속된 김종덕 전 문화체육부 장관과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불러 조사했다. 정씨의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와 관련해서는 암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경숙 이대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을 재소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