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위탁 5천억 군인공제회, 평가기준 바꿨다

군인공제회가 5000억원 넘는 주식 위탁자산에 대한 평가기준에 장기수익률을 반영하기로 했다.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도 장기성과 위주로 평가기준을 변경하는 등 연기금 주식 위탁운용시장에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16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분기별 성과를 기준으로 자금회수를 결정했던 것을 올해부터 1년 성과도 평가기준에 포함하기로 했다.


그동안 군인공제회는 매분기 주식운용 성과를 A, B, C, D 4개 등급으로 나눠 평가하고 2분기 연속 D등급을 받을 경우 위탁자금을 회수했다. 벤치마크(시장수익률)보다 2%포인트 이상 하회할 경우 D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2개 분기 수익률을 50%만 반영하고 나머지는 최근 1년 수익률을 반영해 평가하기로 했다. 또 D등급 기준도 벤치마크보다 3~4%포인트 하회하는 수준으로 완화했다.

김재동 군인공제회 증권운용본부장은 "지난해 삼성전자 주가 상승으로 코스피 관련 지수가 올랐지만 삼성전자 주식 편입이 제한된 연기금의 위탁자산 수익률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면서 "단기적으로 시장 상승률에 못 미친 위탁운용사들의 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 불합리한 성과 평가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군인공제회는 앞으로 2년, 3년 등 장기성과 반영비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군인공제회의 주식 자산은 1조1400억원 수준이며 이중 절반 정도를 위탁을 통해 운용한다. 위탁운용사는 국내 자산운용사 10곳, 해외자산운용사 10곳 정도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도 지난해 말부터 46조원에 이르는 국내 주식 위탁운용 평가체계를 장기평가로 전환했다. 위탁펀드를 평가할 때 1년 수익률은 제외하고 3년과 5년 수익률만 보고 평가하기로 했다.

현재는 1년 수익률 20%, 3년 40%, 5년 40%의 비중이지만 이를 3년(50%), 5년(50%)으로 전환했다. 또 수익률 이외에 스타일전략, 포트폴리오 일관성 등 질적 평가항목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처럼 주요 연기금이 장기 평가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단기 평가에 따른 문제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명 '윈도드레싱'(결산기 수익률 관리) 수법으로 주가를 조작해 펀드 수익률을 높인 자산운용사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맡긴 주식 펀드를 운용하며 보유종목 주가를 조작해 국민연금에 430억원의 부당이익을 안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약정한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국민연금이 자금을 회수할 것이 두려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연기금의 단기평가 시스템은 자산운용사들이 단기투자에 급급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연기금으로부터 받은 운용자금을 회수당하지 않는 것이 자산운용의 가장 큰 목표인 게 사실"이라며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는 꿈도 꾸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연기금이 장기투자를 독려하는 상황이 되면 소신을 갖고 가치주에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