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이재용 구속 신중검토 필요…국부·브랜드가치 훼손 우려"

재계는 16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부회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신중한 검토를 촉구하면서 브랜드 가치는 물론 국부의 훼손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경제단체 유감·우려 한목소리…신속한 수사 촉구=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유감과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경총 측은 이날 가장 먼저 공식 성명서를 내고 "범죄 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수사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며 "더욱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수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가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수십년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하락됨은 물론 기업의 존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구속수사로 이어진다면 해당 기업과 우리 경제의 국제신인도가 크게 추락해 국부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건희 회장이 3년째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마저 구속된다면 삼성그룹은 심각한 경영공백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가뜩이나 얼어붙은 우리 기업인들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더욱 꺾는 요인으로 작용되지 않도록 사법당국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도 "우리 형사소송법은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한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주요 기업인이기 때문에 법 적용에 예외를 인정해서도 안되지만, 필요 이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감안해 불구속수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적 파장을 감안해 신속한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 수사는) 경제·사회적 피해를 감안해 신속하게 최소한의 범위로 이뤄져야 하고 우리 경제에 회복하기 어려운 악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도 "엄정한 수사를 하되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본연의 역할에 다시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자칫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해외시장에서 어렵게 쌓아올린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기업들이 수출과 경제회복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조속히 혼란스러운 정국이 안정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수사대상 기업 '긴장'..삼성·SK·롯데 "뇌물 아냐, 법원판단 기대"= 삼성그룹을 비롯해 특검 수사 대상에 올라있는 대기업들은 극도로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이 이뤄질 경우 SK (155,500원 ▼1,300 -0.83%)와 롯데그룹 등의 총수들도 같은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 측은 일단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이 결코 없다"며 "법원에서 잘 판단해 줄 것을 믿는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론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충격에 휩싸였다. 구속 기소에 따른 후폭풍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한층 깊어졌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해외 투자자들이 오너인 이 부회장의 구속기소 결정에 예상보다 큰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SK측도 뇌물이 아닌 일종의 준조세를 낸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롯데 측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면세점 특허 로비 의혹에 대해선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밖에 LG (75,500원 ▼700 -0.92%)와 현대자동차 (235,000원 ▲4,000 +1.73%)그룹 등은 관련 반응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특검 수사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