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친화도시 '성북구', 아이들 안전은 '뒷전'

저층 연립주택과 배후에 산을 둔 홍제동 행복기숙사, 4500세대 아파트 입구 및 돈암초등학교와 5m거리인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예정 부지

"초등학교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구라서 부지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을 뿐인데, 지역이기주의로 몰아 붙이더군요"

한국사학진흥재단의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건립이 추진되는 부지 인근 돈암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이같이 말하며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권은 안중에도 없고 재단과 성북구가 이해관계로 뭉쳤다"고 한탄했다.


관할 구청인 성북구는 "토지 소유주가 건축 허가를 신청할 경우 법적인 하자가 없으면 허가를 받을 수 있다"며 "논란이 된 기숙사 부지도 법적인 검토는 모두 마쳤지만,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해 공청회 및 설명회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성북구는 18일 오후 공청회를 끝으로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건립을 허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부지는 4500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입구와 돈암초등학교와 1분거리에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사업이 무산될 경우 행정소송 등을 통해 기숙사 설계비 및 금융권 대출 비용을 성북구에 청구할 방침인데, 청구액은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기숙사 건립 논란 과정에서 반대하는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은 '집단 이기주의자'들로 폄하됐다. 대학생들에게 저렴한 비용에 거주지를 제공하는 공익사업에 '딴지'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돈암초 학부모들은 자유분방한 대학생들이 초등학교 인근에서 생활하게 되면,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아이들이 대학생들의 행동을 무분별하게 따라 할 것을 걱정할 뿐이었다. 지금도 혼잡한 학교 및 아파트 입구가 더욱 복잡해질 것을 우려하고, 공원 등을 조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사업 확대 의지, 성북구의 세수 증대 기대감에 주민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다.

주민들은 홍제동 및 부산, 새로 짓는 천안 기숙사들과 동소문동 기숙사는 위치와 상황이 전혀 다르고, 국내 최초로 유니세프 아동 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성북구가 초등학생들을 위험에 내몰고 있다고 한탄했다.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예정부지는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수차례에 걸쳐 발파 작업 등이 필요하고, 공사 차량으로 인해 어린이들의 안전에 매우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4500세대가 위치한 아파트 출입구에 기숙사가 건설될 경우 교통혼잡 등에 따른 인근 주민들의 불편도 불가피하다.

홍제동 기숙사는 건물 뒤편에 야산을 두고 있고, 진입로에는 대규모 아파트가 아닌 저층 연립주택이 있을 뿐이다. 부산 기숙사도 부경대학교와 붙어있다.

새로 건설되는 천안 기숙사는 천안시 동남구청 부지에 건설된다. 2014년 12월 천안시 도시재생선도지역 활성화 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것으로 낙후된 지역을 활성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쇠퇴한 도심지역에 젊은 대학생들의 거주 공간을 만들어 도시 재생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돈암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둔 학부모는 "재단과 성북구는 보상을 바라고 설명회 및 공청회에 불참하는 것으로 매도하고 있다“면서 "기존 및 예정 기숙사 부지와 비교만 해봐도 학부모와 주민들의 반대 이유를 공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