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효과’에 환율 급락…强달러 전망 공염불되나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AFPBBNews=뉴스1

‘1167원→1210.5원→1166.7원.’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년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한 달 동안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장세다.


그 중심에는 오는 20일 새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있다.

18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7.8원 내린 1166.7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달 13일(1167원) 이후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연말만 하더라도 일부 해외 IB(투자은행), 국내 증권사들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 올해 1300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 이후 5년간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하겠다는 재정확대 공약을 내걸었고 미국 FRB가 올해 예상보다 빠른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9일 트럼프의 첫 기자회견 직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트럼프는 재정확대와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미국 성장세를 이끌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다른 발언을 쏟아냈다.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기업들에 ‘국경세’(border tax)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놨고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 폐지를 위한 약값 인하를 강조했다.

기자회견 전날 1208.3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 10일 13.7원 떨어진 뒤 12~13일 이틀 연속 10원 이상 급락했다. 1210원대를 넘본 원/달러 환율 레벨은 30원 이상 하락하면서 1160~1170원대로 떨어졌다.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발언은 외환시장에 또다시 충격을 줬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달러가치가 14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은 것을 언급하며 "너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이 (중국과) 경쟁할 수 없는 것은 달러가치가 너무 높아서고 이는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임 미국 대통령들이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달러화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 불문율을 깬 ‘돌출 발언’이었다.

이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의 하방 압력은 더 커졌다. 일각에선 다음주 115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도 트럼프발 불확실성 충격에 출렁였다. 지난 11일 116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113엔대로 떨어졌다. 5거래일간 2.7% 절상된 것이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10.35(-0.50%)포인트 하락한2,076.79, 원달러 환율은 10.00원 하락한 1,174.70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연초 1200원대 이상 달러 강세를 점친 시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다만 당장 원/달러 환율이 추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소병화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최근 트럼프 발언의 영향으로 달러 약세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아직까지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기대감이 남아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현재 수준에서 상승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상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지속돼 달러화 약세가 나타났지만 1160원대 밑으로 뚫고 내려갈 추가 모멘텀이 부족하다”며 “원/달러 환율이 1160~1180원대에서 형성된 뒤 다음주 이후 방향성이 잡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미국 금리인상 △트럼프행정부 정책방향 △하드 브렉시트 △중국 위안화 환율 등 예측하기 어려운 대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연초부터 원/달러 환율은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2∼17일) 전일 대비 원/달러 환율 변동 폭은 8.5원으로 최근 2년새 가장 높다.

기관별 환율 전망은 격차가 큰 편이다. 앞으로 트럼프가 강달러를 용인하지 않을 것에 무게를 두는 곳은 1100원대 이하를, 미국 추가 금리인상 및 유럽연합 추가 탈퇴 가속화 등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기관들은 1250원대 이상을 점친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이런 전망의 중간 지점인 1100~1170원 수준의 환율 경로를 예상한다. 구체적으로 국회예산정책처 1110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1125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1160원, 포스코경영연구원 1162원, KDB산업은행 경제연구소 1165원, LG경제연구원 1170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