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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응용연구 진화 예고…ICT+생명과학 틈새 공략을

'트럼프 정부의 과학기술혁신 정책 및 대응전략' 좌담회

머니투데이 세종=류준영 기자 |입력 : 2017.01.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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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17일 세종시 국책연구단지에 위치한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회의실에서 차두원 한국과학기술평가기획원(KISTEP) 연구위원(왼쪽), 장용석 STEPI 글로벌정책연구센터장(선임연구위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과학기술정책 방향과 우리의 대응전략’이란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STEPI
<br>17일 세종시 국책연구단지에 위치한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회의실에서 차두원 한국과학기술평가기획원(KISTEP) 연구위원(왼쪽), 장용석 STEPI 글로벌정책연구센터장(선임연구위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과학기술정책 방향과 우리의 대응전략’이란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STEPI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제45대 대통령 취임식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렸다. 미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된 트럼프는 행정부 1기 인선에서 초강경론자들을 핵심 요직에 앉히며, 강력한 ‘국수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예고했다.

트럼프발 ‘미국 리셋’의 영향력이 강할 것이란 점은 확실하나 어디로 튈지 예측 불허다. 글로벌 넘버 1을 자랑하던 미국 과학기술 분야도 아직 안갯 속이다. 트럼프가 거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거나 매우 모호한 입장을 견지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과학기술혁신 정책 자체가 의제에서 실종된 탓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 과학기술 혁신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증대됐다는 것.

미국의 과학기술정책은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과학기술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과학기술 정책 방향을 전망하기 위해 다수의 유추 및 가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머니투데이는 17일 세종시 국책연구단지에 위치한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소회의실에서 차두원 한국과학기술평가기획원(KISTEP) 연구위원, 장용석 STEPI 글로벌정책연구센터장(선임연구위원)과 만나 이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우리의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대담자]
차두원 한국과학기술평가기획원(KISTEP) 연구위원
장용석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글로벌정책연구센터장(선임연구위원)


◇트럼프 당선 후 美 투자 약속한 기업, 과연 지켜질까

-트럼프 당선 뒤 미국 투자를 약속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 현대차도 미국에 31억 달러(약 4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에 공장을 둔 삼성·LG도 트럼프의 압력(관세 위협)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차두원 KISTEP 연구위원/사진=STEPI
차두원 KISTEP 연구위원/사진=STEPI
▶(차두원 연구위원, 이하 차)지금 트럼프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리쇼어링’(Re-shoring, 기업 생산시설 자국내 복귀)이다. 사실 2009년 오바마 때부터 미국은 리쇼어링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트럼프가 너무 강하게 추진하다 보니 대부분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약속하며, ‘트럼프 리스크’를 대비하는 꼴이 된 것이다. 피아트크라이슬러가 미시간·오하이오 공장 현대화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포드가 미시간 공장에 7억 달러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약속이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노동 인력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가 앞으로 더 많이 구축될 텐데, 그렇다면 트럼프가 원하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까 물음표를 달게 한다. 결국 해당 기업은 ‘혁신이 우선이냐, 일자리가 우선이냐’라는 기로에 설 것이다. 기업들을 제어하기 시작한 트럼프의 컨트롤이 과연 생산거점과 일자리에만 적용될 것인가. 아니면 지금 논란이 일고 있는 자동화 레벨까지 컨트롤 할 것이냐, 이건 우리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장용석 글로벌정책연구센터장, 이하 장)트럼프의 일자리 창출 방식은 전통의 제조업 즉, 낮은 임금의 저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가라는 것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상당한 비판이 일고 있다. 미국은 냉전 이후 혁신을 통한 경제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탓이다. 어쨌든 그런 전략으로 전 세계 경제를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는데, 트럼프가 가리킨 방향으로 미국이 나아갔을 때 서바이벌(survival) 할 수 있을까. 되레 위험한 지경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新냉전’ 직전까지 갈 것…中·韓 IP 공격 받을 수도

-지난 수 십년간 자유 무역 기조를 앞세운 세계화가 크게 진전됐지만, 세계화의 그늘에서 소득격차 확대, 상대적 박탈감을 가진 소외계층도 양산됐다. 트럼프의 당선은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반세계화 기류를 크게 증폭시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지난 시카고 전미경제학회 연례회의에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분들의 좌담회를 지켜봤다. 그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 중 관심을 끈 대목은 지난 20년간 큰 진보를 이룬 ‘세계화’라는 물줄기의 반작용이 전 세계적으로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극화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반세계화의 기폭제가 됐다. 트럼프 당선은 이 같은 반세계화 힘을 증폭시켰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상당 기간 세계화와 반세계화 흐름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갈 것으로 보인다.

▶(차)트럼프 정부의 반세계화는 중국에게 오히려 기회를 안겨줄 수 있다고 본다.

▶(장)그렇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국수주의’는 적이 있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가능하다. 경제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면서 주 타깃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있고, 무역 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IP), 해킹 등의 문제를 걸고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대립이 고조돼 ‘신냉전’ 직전까지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과학기술 측면에서도 IPR(특허무효심판제도)은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분명 중국뿐만 아니라 주변국도 끼워 넣으려 할 것이다. 한국이 첫 번째 타깃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장)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과학 굴기’를 천명한 것에서 보듯, 최근 5년간 중국 국가 R&D(연구·개발) 신청이 금액기준으로 100배 이상 늘었다. 중국은 과학굴기 등을 통해 경제 전반의 체질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미국 IP 공격도 무력화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동시 다발적 경계로 ‘더블 리스크’를 겪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돈 되는' 응용연구 진화 예고…ICT+생명과학 틈새 공략을

◇美 과학기술정책 향방은

-트럼프 정부, 초기 과학기술정책은 어떤 게 나올까.

▶(차)미국 과학기술은 어떤 형태로든 진보할 것이다.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구글은 로봇사업을 목적으로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한 지 3년 만에 매각했다. 지난 수년간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술을 막 건드려보다가 이젠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AI) 등의 분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기업은 시장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얘기를 나누는 단계로 가게 된다. 트럼프 정부 입장에선 당장 돈이 보이는 상황에서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칠 리 없다. 핵심·응용연구는 분명 진보할 것이다. 다만 기초연구는 투자가 줄어드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장용석 STEPI 글로벌정책연구센터장(선임연구위원)/사진= STEPI
장용석 STEPI 글로벌정책연구센터장(선임연구위원)/사진= STEPI
▶(장)최근까지 나온 몇가지 이슈들을 가지고 본다면, 일단 트럼프 정부는 R&D 투자 효율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현재 투자규모를 줄이지는 않겠지만, 늘지는 않아 성장률이 정체될 수 있다고 본다. 미 항공우주국(NASA) 예산은 늘 것으로 보이나 스페이스X 민간기업과 협력하는 형태로 이뤄질 것이다. 중국이 운반로켓, 위성응용, 우주 광대역 인터넷 등 관련 우주항공 시장규모를 늘리겠다며 경쟁을 부추긴 상태에서 ‘신우주경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

미국 보건복지국의 R&D 예산 90% 이상을 받고 있는 국립보건원(NIH)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 지난 15년간 NIH는 정부의 막대한 투자를 받아왔지만, 각종 부정부패 문제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NIH에 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치매 정복 니치마켓 선점…‘신케이지언 정책’ 도입하자

-트럼프 시대 우리의 대응전략은.

▶(차)R&D 투자 성장세가 꺾이면 우리가 중국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여지는 더 줄어들게 된다. R&D 투자를 줄이기보단 대대적으로 늘려 유리한 고지를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R&D 효율화는 민간 R&D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나가면 된다.

▶(장)먼저 중국보다 앞서나가야 한다는 절박감을 가져야 한다. 그 다음에는 니치마켓(틈새시장)을 찾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과학기술에선 중국보다 앞서면서 혁신에 기반한 경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면 ‘신 케인지언 정책(재정지출을 늘려 유효수요을 확대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게 어떨까. 이를 통해 보다 공격적인 공공 투자를 전개한다면 브렉시트와 트럼프 충격으로 인한 과실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니치마켓이라면 어떤 시장을 말하나.

▶(장)우리는 라이프 사이언스(생명과학)의 주도권을 쥘 기본 체력은 가지고 있다. ICT 기본기도 갖추고 있다. 생명과학에 ICT를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방향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덧붙이자면 중국은 10년 내 고령화 사회로 전환된다. 일본보다 충격파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 엄청난 시장이 있다. 특히 치매 분야를 집중 공략해야 한다. 2년전 G7 정상회담의 주요 주제로 거론될 정도로 중국의 치매 문제는 국가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DNA(유전자) 조작 기술, 합성생물학 등의 연구를 발전시켜 이 시장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류준영
류준영 joon@mt.co.kr twitter facebook

※미래부 ICT·과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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