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맞서는 에스디생명공학, 화장품 IPO 문 연다

박설웅 에스디생명공학 대표/사진제공=에스디생명공학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 두렵지 않으세요?"


상장을 준비하는 화장품 기업이라면 최근 가장 많이 들었을 법한 질문이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조치)으로 화장품 IPO(기업공개) 시장이 휘청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에스디생명공학은 화장품 업계 찬바람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한한령 두렵지 않은 견조한 매출…'현지화 전략' 적중="한한령에도 매출은 끄떡없습니다. 이미 전체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제품들에 대해 중국 당국의 위생 허가를 받은 데다 '현지화 전략'을 탄탄히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서울 강서구 에스디생명공학 본사에서 만난 박설웅 대표의 말이다.

박 대표는 "위생 허가를 받은 제품은 매출 타격이 크지 않다"며 "우리 제품들은 중국 내에서 'SNP', '솔렉스' 등의 이름으로 판매 중이고, 홍콩·대만 등 중화권 국가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디생명공학 제품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를 통해서도 판매된다. 위생허가를 받은 후에는 중국 오프라인 매장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2013년 매출액은 10억원에 불과했지만 중국시장 진출을 기점으로 급증해 지난해 3분기말 누적 매출액은 760억원, 영업이익은 222억원을 기록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4분기 실적까지 더하면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며 "올해 매출은 연결기준 1800억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2008년 설립된 에스디생명공학은 기초화장품과 마스크팩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국내에서는 '동물 얼굴 마스크팩'으로, 중국에서는 '바다제비집 마스크팩' 브랜드로 알려졌다. 설립 초기 기능성 기초화장품을 중심으로 성장하다 마스크팩 사업 시작과 함께 해외로 진출했다.

특히 중국에서 맞춤형 제품인 '바다제비집 마스크팩'이 큰 인기를 끌었다. 500~1000원의 저가 마스크팩이 유행하던 당시 3000원짜리 '프리미엄 마스크팩' 전략을 세운 것. 고급 음식으로 알려진 제비집을 '3000원이면 피부에 바를 수 있다'는 점이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뺏었다.


◇업종대비 낮은 PER, 저렴한 공모가…색조화장품 사업 진출=비교기업 대비 낮은 공모가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인이다. 화장품 업종 PER(주가수익비율)은 30배 정도로 높은 편이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침체된 업황을 고려해 저렴한 공모가로 상장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희망공모가를 정하는 과정에서 IPO 주관사와 의견 충돌도 있었다"며 "업종대비 낮은 PER 26배를 적용했고 거기서도 30% 가량을 할인해 공모가를 정했다"고 말했다. 상장 후 주가 상승에 대한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희망공모가 밴드는 1만5000~1만8000원으로 비교기업인 잇츠스킨 (11,870원 ▼70 -0.59%), 토니모리 (8,130원 ▲200 +2.52%), 에이블씨엔씨 (6,530원 ▼140 -2.10%) 등의 주가보다 낮다. 공모규모는 약 900억원이다. 공모주 600만주 가운데 200만주는 구주매출로 빠져나가 회사에 들어오는 자금은 600억 수준이다.

공모자금 대부분은 올 상반기 출시하는 색조화장품에 투자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중국에서도 색조화장 열풍이 시작됐다"며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색조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한다"고 말했다.

한편 에스디생명공학은 다음달 14, 15일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결정하고 같은달 20, 21일 청약을 진행한다. 상장예정일은 3월이며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다. 공동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