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 아니다?'…집 앞 눈, 누가 어디까지 치울까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주민, 점포주, 군인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서대문구청 제공)/사진=뉴스1

#폭설이 내린 20일 아침. 직장인 김모씨는 창 밖에 펼쳐진 새하얀 설경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험난한 출근길도 걱정이지만 집앞 눈을 치울 생각에서다. 지난해 겨울 눈을 치우지 않았다가 이웃이 김씨 집앞에서 넘어지면서 다툼이 있었던 터라 눈 예보가 있는 날이면 새벽부터 일어나 날씨를 살피는 게 버릇이 됐다. 하지만 출근 준비로 바쁜 상황에서 집앞 눈을 언제 어디까지 치워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면 집앞 눈 치우기로 고민인 사람이 많다. 공공기관 등에서 제설작업을 하더라도 주택가나 이면도로까지 구석구석 손이 닿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내 집이나 가게 앞에서 눈이나 빙판으로 인한 낙상사고가 난다면 단순한 불편을 넘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집앞에 쌓인 눈은 누가 언제 어디까지 치워야 할까. 집앞 눈 치우기를 도의상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건축물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과거 주거환경이 단순했던 시절에는 거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눈을 치웠지만 아파트, 빌라 등 주거 형태가 복잡해지면서 책임소재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건물 주인도 아닌데… 치워야 하나?


건물 소유자가 직접 해당 건물에 살고 있다면 소유자가 제설에 우선 책임이 있다.

건물에 소유자가 살지 않고 있다면 점유자, 즉 실제 거주하는 사람이나 관리자가 제설에 책임을 져야 한다. 조례에서 정한 책임 우선 순위와 상관없이 건축물 소유자, 점유자, 관리자 사이에 별도 합의를 했다면 그 약속에 따른다.

◇"날도 추운데… 내일 치우면 안될까?"

하염없이 내리는 눈, 추운데 나가기 귀찮다고 제설작업을 미루면 안된다.

서울시의 경우 낮에 눈이 내리면 그친 뒤 4시간 이내, 밤에 내리면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제설해야 한다. 다만 하루 내린 눈이 10cm 이상이면 24시간 내 제설하면 된다.

◇'우리 집은 여기까지만'… 제설 범위는?

끝없이 펼쳐진 눈밭. 어디까지 눈을 치워야 할지 난감하다. 통행이 많은 일반 도로는 각 지자체에서 직접 제설을 한다. 하지만 차도와 보도 구분이 없는 폭 12m 미만의 이면 도로와 보도는 건축물관리자의 제설 범위에 해당한다.

구체적인 제설범위는 지자체마다 다르다. 서울시의 경우 △건축물 대지에 접한 구간의 보도는 전부 △주거용 건축물은 주요 출입구의 대지 경계선부터 1m까지의 이면도로 및 보행자 전용도로 △비주거용 건축물 대지 경계선부터 1m 구간까지의 이면도로 및 보행자 전용도로의 눈을 치워야 한다.

◇제설은 어떻게?…스트레칭 필수, 뿌린 모래 제거도 관리자 몫

눈은 어떻게 치울까. 녹기 시작하는 눈은 상당히 무겁기 때문에 제설작업 전 스트레칭은 필수. 삽이나 빗자루를 사용해 눈을 도로 가장자리나 공터로 옮기면 된다.

이미 얼어 있다면 이를 녹이는 재료나 모래 등을 사용한다. 염화칼슘은 강설 초기에 효과적이다. 결빙 후 살포할 때는 결빙 전보다 약 10배 이상 많이 사용한다. 모래와 섞어 사용하면 융해 효과가 크다. 얼음이 다 녹은 뒤 뿌렸던 모래를 제거하는 것도 건축물 관리자의 몫이다.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주민, 점포주, 군인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서대문구청 제공)/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