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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반대하는 '법인세 인상', 대선 주자들이 한 목소리 내는 이유

[같은생각 다른느낌]법인세 인하에 따른 투자증가 효과가 간접적이며 불확실하다는 불신 팽배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7.01.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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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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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해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이 추진됐을 때 정치권의 엇갈린 반응으로 통과되지 못했으나 지금은 정치성향에 관계없이 법인세 인상에 한 목소리를 내는 특이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16일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 대기업 440개의 법인세를 22%에서 30%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지지했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남경필 경기지사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을 제시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매출액이나 이익이 큰 대기업에 부담이 많이 가는 반면,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높이지 않고 비과세 감면을 축소해 중소기업까지 그 영향이 미친다.

그러나 정부는 법인세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직접 영향을 받는 기업들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법인세를 올린다면 투자와 채용 활동을 위축시키고 기업 활력을 저하시킨다고 법인세 인상에 반대했다. 지난해 10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3분기 실적·경영전망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들은 국내투자 위축(31.6%)과 신규고용 및 임금인상 여력 감소(23.9%)를 법인세 인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지난 해 11월 한국개발연구원(KDI) 남창우 연구위원은 ‘법인세율 변화가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이 1%포인트 인하되면 투자율이 0.2%포인트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세 최고세율이 2002년 27%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22%까지 낮아졌지만 예상과 달리 투자와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총 실질설비투자는 2009년 100조원 가량에서 2010년 122조원로 반짝 증가했지만 이후에는 증가율이 크게 늘지 않았다. 또한 법인세 최고세율이 27%였던 2002년~2004년 평균 경제성장률은 5.1%이었지만 25%였던 2005년~2008년에는 4.4%, 22%인 2009년~2015년에는 3.1%로 점점 하락했다.

여기에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도 경기 부양 실패에 일조했다. KDI 보고서는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진이 영업이익 및 현금성자산의 0.09%를 사적으로 이용해 미국의 0.01%보다 9배나 많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적 이용으로 투자율이 0.29%포인트에서 0.21%포인트 증가로 낮아져 법인세율 인하 효과가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기업들이 도덕적 해이를 줄이고 법인세 인하로 인한 가용자금을 설비투자에 적극 투입했다면 반기업 정서는 누그러지고 경기회복은 빨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또는 실효세율 인상 주장이 물 밀듯이 터져 나오게 된 배경에는 기존 경제 정책의 한계와 소득불평등 해소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법인세 인하→투자증가 효과가 간접적이며 불확실하다는 불신이 팽배해 있고 법인세 인상→정부 재정 지출 증가→소득불평등 완화→내수 진작→경기부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저소득층 소득을 늘리면 소비수요가 증가해 경기부양이 된다는 보고서들이 나와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2015년 국제통화기금(IMF)은 고소득층의 소득이 저소득층으로 흘러간다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제대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지난 20년간 소득불평등으로 OECD 평균 누적 성장률이 4.7%포인트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300조원 수준으로 경제위기감이 커졌고 소득과 좋은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 문제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부(富)가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소득불평등이 해소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해졌고 부유세 부과나 법인세 인상으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가 부각되고 있다. 조세정책으로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직접적인 소득이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민들의 기초생활 안정을 통해 경제불안감을 해소하고 사회안정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점점 증가하는 실정을 감안하면, 법인세 인상 논의는 앞으로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1월 22일 (20: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태형
김태형 zestth@mt.co.kr

곡학아세(曲學阿世)를 경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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