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지분 22.4→5.6%…경봉의 수상한 행보

코스닥 상장사 경봉이 최대주주 보유 지분 180만주를 전량 매각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와 법적 다툼 위기에 몰렸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경봉 (2,805원 0.00%)은 지난 18일 윤석원 외 1인이었던 최대주주가 엘에이에치로 변경됐다고 장 마감 후 공시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는 엘에이에치로 변경됐고, 지분율은 22.37%에서 5.64%로 대폭 줄었다.

윤석원 경봉 대표는 10일부터 13일까지 자기 보유 지분 180만주를 장내매도하고,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엘에이에치가 가진 경봉 지분 120만주를 16일 추가로 매도했다.

윤 대표가 FI 측과 사전 협의 없이 지분 300만주를 대량 매도했다는 점에서 갈등이 점화됐다. TS인베스트먼트는 2년 전 윤 대표가 약 115억원을 들여 경봉을 인수할 당시 33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경봉이 발행한 전환사채(CB) 100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투자를 이어갔다.

TS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구주매출과 CB전환으로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고, 지난 4일 남은 CB 가운데 10억원을 전환청구 신청한 상태였다.


TS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주주는 투자회사 동의를 받고 지분을 매각하기로 계약에 명시돼있다"며 "투자계약 의무를 어긴 것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가가 오른 시점에 최대주주가 지분을 대량 매각해 홀로 주머니를 불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표는 경봉 주가가 전주대비 27% 가량 오르자 약 3500원 상당에 지분을 팔았다. 엘에이에치 지분까지 합하면 이번 장내매도로 약 105억원을 거둬들인 셈이다.

오름세를 탔던 경봉 주가는 최대주주 지분 매각 소식에 하락했다. 최대주주변경 공시가 있던 18일 이후 이틀 동안 16% 가량 빠졌다. 경봉 측은 향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최대주주 지분율을 회복하겠다고 밝혔지만, 주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값싸게 유상증자를 진행해 차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 같은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을 불공정 거래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오른 상황에 들어온 소액주주들은 가만히 앉아 피해를 본 것"이라며 "주가가 떨어지고 난 후 다시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경봉은 늑장 공시로 또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표는 10일부터 13일, 엘에이에치는 16일 지분을 팔았지만 18일이 돼서야 최대주주변경 공시를 낸 것. 이마저도 거래소가 공시불이행 내용을 지적한 후였다.

거래소 관계자는 "경봉 최대주주가 지분을 대량 매각해 주시하고 있었지만 공시가 나오지 않아 회사 측에 지적했고, 최대주주 변경 공시 지연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지정예고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무적투자자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