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3세 조원태 사장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

한진가(家)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20,250원 ▼300 -1.46%) 사장(사진·41)이 변화보다는 안정에 경영 초점을 맞췄다. 올해 초 사장으로 승진하며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지만 아직 섣부르게 시작할 시기는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유가와 달러 강세 등으로 인한 경영 환경 악화가 보수적 경영방침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조원태 사장은 20일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항공가족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를 만나 "새로 왔다고 다 뒤집어엎고 할 생각은 없다"며 "기존 선배들이 하던 것을 계속 이어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엔 조 사장을 비롯해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10,530원 ▼280 -2.59%) 사장 등 항공업계 고위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조 사장으로서는 사장 취임 후 첫 공식 대외활동이다.

조 사장은 "(기존 경영을) 한순간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바꿔갈 것"이라며 "직원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소통을 많이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정적 경영을 바탕으로 천천히 조직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조 사장이 취임사 등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근 악화된 항공업계의 경영환경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본다. 조 사장 역시 올해 경영환경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는 것은 유가와 환율이다. 지난해 말 유가는 배럴당 53.72달러로 9월말 대비 약 11% 올랐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096.3원에서 1208.5원으로 10%가량 올랐는데, 11조7000억원(3분기 말기준)의 외화부채를 갖고 있는 대한항공에 치명적이다.

시장에선 대한항공이 4500억원 유상증자 후에도 재무안정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 사장은 "(유동성 부족은) 일시적인 것"이라며 "계속 영업이 잘되고 있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간 급성장한 LCC(저비용항공사) 진에어의 경영 계획도 보수적으로 짰다. 그는 "여러가지 상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며 "지금까지 급성장했지만 지금부터는 안정적 측면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진에어의 IPO(기업공개)에 대해선 "내부 사정이 안 좋아져서 계속 지연되고 있으나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항공예약시스템(CRS) 사업을 맡고 있는 토파스도 IPO를 검토 중인 단계라고 덧붙였다.

다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고용과 투자는 이어갈 방침이다. 조 사장은 "고용 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상황이 녹록치 않지만 10년 전부터 하던 항공기 분야 투자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아울러 임금협상을 둘러싼 조종사 노동조합과의 갈등도 풀어가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그는 "대화를 하다보면 중간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자주 만날 계획이고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각에서 3세 경영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것과 관련해서도 조 사장은 "저는 대한항공에서 각 주력 사업을 다 경험하며 준비가 돼 있다"며 "지켜봐주시면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