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아닌 불구속 수사인데…" 비난 여론에 곤혹스런 삼성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귀가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 부회장이 구속 수사의 위기는 피했지만 삼성을 향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삼성그룹이 고심하는 모습이다. 향후 삼성은 재판에서 법리 다툼뿐만 아니라 악화된 여론을 수습해 가는 과정도 숙제로 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9일 특검이 청구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일부 정치권과 인터넷상을 중심으로 삼성을 향한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번 구속영장청구 기각에 대해 "뜻밖이고 매우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도 "삼성 예외주의, 재벌 예외주의를 깨야 한다"고 강도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오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예정된 13차 주말 촛불집회에서도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법원의 기각 결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총수 구속은 면했지만 이같은 반(反) 삼성 기류가 확산되면서 삼성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20일 "이번 법원 결정은 (이 부회장의) 유무죄를 가린 것이 아니라 구속 수사냐 불구속 수사냐를 가린 것"이라며 "재판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는데 현재 분위기는 삼성이 이미 범죄자 집단인 것처럼 낙인찍힌 듯하다"고 말했다.


삼성에 대한 반발 기류는 이번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도 향했다. 조 판사는 구체적 사실관계와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등을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특검의 구속영장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전일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엔 조 판사의 이름이 오르내리는가 하면 조 판사의 아들이 삼성 취업을 확약받았다는 루머도 퍼졌다. 법원엔 조 판사의 결정에 대한 항의전화가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조 판사가 삼성 장학금을 받았다거나 아들이 삼성에 취업했다는 등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며 "심지어 아들이 없는데도 유언비어가 유포되고 있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공식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 측도 거센 비난 여론을 회복시킬 수 있는 대책 강구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삼성측의 시도나 노력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비롯된 삼성을 향한 불신과 불만 여론이 이미 팽배한 상황에서 대중을 상대로 적극적인 소명을 펼친다면 자칫 역풍을 키울 수도 있다"며 "이번 여론 표출은 특검 수사가 끝난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삼성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