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저비용항공사(LCC)는 아직 '항공가족' 아닌가요"

폭설로 잇단 결항 사태를 빚은 2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국항공진흥협회가 주최하고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2017 항공가족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행사장 한층 아래에는 VIP 대기실이 마련됐다. 그런데 이 대기실 앞에선 한 LCC(저비용항공사) 사장이 갈 길을 잃고 허둥지둥대는 모습이 목격됐다.


자초지종을 알고 보니 이 VIP 대기실에는 국적 FSC(대형항공사) CEO(최고경영자) 2명만 초대받은 것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20,600원 ▼150 -0.72%) 사장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10,680원 ▼60 -0.56%) 사장만이 국토부 고위 공무원 및 항공관련 협회 고위관계자들과 VIP라는 이름 아래 원탁테이블에 함께했다. LCC 사장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VIP 대기실로 가야하나 고민하던 A사 사장은 이 자리에 끼지 못한 채 주변만 맴돌다 본 행사에만 멋쩍게 참석해야 했다.

이후 열린 행사에서도 주요 단상에는 두 FSC 사장만이 올라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나머지 LCC 사장들은 공식 인사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손님' 자격으로만 멀뚱멀뚱 서 있어야 했다.

행사 막판에야 겨우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부산의 한태근 사장이 LCC 대표로 건배사 한마디 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사실 LCC만 놓고 보면 가장 규모가 큰 제주항공 (10,820원 ▲50 +0.46%)의 최규남 사장이 인사말을 했어야 마땅하다는 뒷얘기가 나온다.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자 일각에서는 "이번 행사가 최근 취임한 한진그룹 오너가 3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 아니냐"는 쓴소리까지 나왔다.

행사 중간에도 주최 측은 LCC를 '저비용항공사' 대신 '저가 항공사'라고 호칭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입장을 묻자 한 LCC업체 사장은 "우리가 앞으로 더 잘해야 하지 않겠냐"며 어색한 표정으로 자조적인 목소리를 냈다.

또다른 LCC업체 임원은 대놓고 "폭설로 바쁜 상황에도 부랴부랴 참석했는데 사실상 들러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엄연히 LCC는 이제 우리 항공업계에서 무시 못할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게 사실이다. 국제선 여객기 5대 중 1대가 우리 LCC일 정도다. 지난해 국내 항공여객 수가 처음 1억명을 돌파했는데 여기에는 LCC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가 항공업계에서 주요 동반자 역할을 하는 만큼 옛 관행을 벗어나 인식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