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반트럼프 보도 자제 통보…외교 전략 '고심 중'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이 중국 내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자제하라고 통보했다. 중국에 호전적인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경색되고 있는 양국관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광전총국은 트럼프 취임식과 관련해 중국 중앙매체의 보도만을 인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놨다. 이에 따라 민영 매체에서는 트럼프 취임식 생중계를 포함한 사진보도도 금지됐다.

광전총국의 지침에는 '트럼프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자제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매체의 영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엘리제 리본은 "취임식 당일 트럼프에 대한 방송을 내보내지 못했다"며 "중국 정부가 트럼프를 어떻게 대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최근 미중 수교 이후 불문율로 여겼던 '하나의 중국' 정책을 부정하는 등 중국을 자극해왔다. 트럼프 정부는 대만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중국의 환율 개입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관례를 깨고 차이잉웬 대만 총통에 먼저 전화를 걸었고 트럼프가 인선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중국이 남중국해를 진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언급해 미중간 외교적 갈등을 예고했다.

하지만 중국의 반응은 다소 '미온'적이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가 차이 총통과 먼저 연락한 것에 대해선 유감을 표했지만 그 외의 트럼프 정부의 대 중국 발언에 대해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간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막는 호전적인 국가로 그려지는 보도를 통제하고 인터넷상에서 증폭되고 있는 민족주의적 의견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했다.

쟌장 베이징외국어대학교 언론학과 교수는 "오바마와 달리 트럼프는 중국에게도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며 "미국과 트럼프 관련 보도에 중국정부가 극도록 신경을 쓰는 것은 트럼프 정부에 대한 대응전략을 아직 모색 중에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 중앙매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억달러가 들었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은 공산당 트위터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