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약달러 의지 강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내놓으면서 보호무역주의 강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곧 미중 무역갈등을 의미하며 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부담일수 밖 에 없다.


특히 환율 방향성에 시장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수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77,700원 ▼1,900 -2.39%)의 2016년 4분기 깜짝 실적에도 '환율효과'가 지대했다는 점에서 기업 실적을 가늠하는데도 중요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이후 급등세를 이어가다 최근 정책 불확실성으로 주춤한 모습이다. 주요국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연설 영향으로 하락했다.

◇美 공화당 '약달러 지지' 전통…달러약세 가능성=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공화당 정부의 달러 사이클을 감안하면 달러 약세로 유도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과 당선인 기간 내내 중국에 날을 세웠다. 그의 중국에 대한 반감은 무역 불균형에 기인한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달러화 약세에도 미국 무역수지는 악화됐는데 중국 등 신흥국의 값싼 공산품이 급격히 유입됐기 때문이다. 2010년 무역적자 규모가 금융위기 이전보다 축소되었으나 연간 4500억~5000억달러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더군다나 2015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띠면서 미국과 거래하는 상대국의 무역수지, 경상수지 흑자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상대로 4000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유로존과 일본도 달러 강세로 무역 및 경상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은 “미국의 ‘나홀로 경기호조’로 달러 강세가 유발됐으나 지난달부터 중국, 유럽 제조업 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달러 강세 지지 요인이 많이 사라졌다”며 “원/달러 환율은 하향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와 복지 약화, 작은 정부’ 공약이 공화당 정책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공화당은 역사적으로 대외무역 강화에 초점을 두면서 달러화 약세를 유도해 왔다.

문정희 KB증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산업 보호, 대외 무역 안정, 일자리 창출 등을 우선시한다면 달러화 약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기적으로는 달러화 약세 조정이 미국의 안정적 경제성장을 지지해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 확대=다만 달러 방향성을 완전히 약세 전환으로 장담하기는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스티브 므누신 신임 재무장관이 상원 청문에서 “장기적으로는 강달러가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각차를 드러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미국의 경기 호조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올해 세 차례 금리인상 계획도 따져봐야 할 요인이다. 트럼프의 달러 약세 정책 기조가 지속될 경우 중국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으리라는 점도 환율 시장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로 국채 매도와 같은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 경제의 펀더멘털과 통화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여전히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강세 추세는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