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이 사랑한 금감원의 검투사들

진웅섭 금감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사진)은 연초 단행한 국·실장급(부서장급) 인사를 통해 국·실장 48명 중 절반을 바꾸며 ‘세대교체’를 실시했다. 하지만 ‘변화’를 주지 않은 부분도 있다. 진 원장은 은행·보험·증권(금융투자) 등 각 권역 준법검사국장을 모두 유임시켰는데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준법검사국에 거는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준법성 검사는 건전성 검사와는 별도로 법·규정 위반을 단속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처음 만들었다. 진 원장은 검사·제재 개혁을 하면서 금융회사에 자율성은 보장하되, 법 위반에 대해선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일벌백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준법검사국은 기대에 부응했다. 소비자보호를 등한시한 금융회사에 무거운 책임을 부과했다.


특히 보험준법검사국을 2년째 이끌 이성재 국장의 어깨가 무겁다. 보험준법검사국의 가장 큰 현안은 곧 제재수위가 확정될 ‘미지급 자살보험금’ 이슈다. 지난해 금감원 내에서 2가지 이슈를 꼽으라면 ‘최순실과 자살보험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제 막 터진 육류담보대출 파장도 작지 않다. 육류담보대출 사태는 저축은행에서 촉발됐지만 보험준법검사국에서 세밀한 전수조사 끝에 신속하게 현장검사를 시작했고 동양생명은 2차례나 ‘사고’ 공시를 냈다.

은행준법검사국은 종합검사 마지막 해인 지난해말 NH농협은행에 ‘기관경고’ 징계를 이끌었다. 은행에 기관경고가 내려진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은행원들이 거래처 자금력을 부풀려 줬다가 덜미가 잡힌 것. 하은수 은행준법검사국장은 ‘1962년 상반기 출생’ 부서장이지만 이번에 유일하게 유임됐다. 김성범 금융투자준법검사국장은 브로커들에게 부당하게 해외여행 접대 등을 받은 금융회사 직원들을 무더기 적발했다. 이들은 지난주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아 금감원의 ‘일벌백계’ 의지를 재확인했다.

준법성 검사 중심 조직 운영에 비판의 목소리가 없진 않다. 특히 보험판매 영업행위 단속이 중요한 보험권역은 준법검사국 역할만으론 역부족이다. 영업행위 검사를 일부 담당하는 소비자보호국이 이번에 ‘실’로 축소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금감원은 올해 인사에서 ‘1962년 상반기 출생’과 ‘부서장 6년된 국실장’ 13명이 보직을 내려놓았다. ‘일 잘하는 인재’ 발탁 원칙에 따라 주요국 부서장이 된 김영주 신용감독국장, 김철웅 일반은행국장이 내부 직원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진 원장은 빠르면 이번주 팀장급 이하 후속 인사도 단행한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국실장급 인사 나기 전에 직원들에게 희망부서 지원을 받았다. ‘줄서기 문화’ 혹은 ‘적당히 눈치보고 일하는 문화’를 바꿔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