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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에서 키워낸 출판의 꿈…단행본 1만여종 '출판계 거목'

박맹호 회장, 1960년대부터 50여 년간 민음사 이끌어…'문학의 대중화'와 작가 산실에 기여

문화를 일구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입력 : 2017.01.22 16:47|조회 : 5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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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맹호 민음사 회장 /사진=민음사
박맹호 민음사 회장 /사진=민음사
한국 출판계의 거목(巨木)인 박맹호 민음사 회장(84)이 22일 별세했다. 소설가의 꿈을 품었던 청년은 출판 사업자로 전향했지만, 문학을 향한 그의 열정은 80여 년 평생 변함없었다.

박 회장은 문학청년 시절을 보내며 소설가를 꿈꿨다.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재학 중인 1953년 '현대공론'에 투고한 소설 '해바라기의 습성'이 당선되면서 승승장구하나 싶었다. 하지만 1955년 한국일보 제1회 신춘문예 응모에 자유당 독재 정권을 풍자한 소설 '자유 풍속' 당선이 취소된 것을 계기로 꿈은 점점 멀어져갔다.

소설가의 꿈은 접었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은 남았다. 아버지인 박기종씨가 정미·운수업을 가업으로 물려주고자 했지만 아들은 거절했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학 단행본을 출간하겠다는 새로운 꿈을 안고 출판사 사람들에게 밥을 사면서 일을 배웠다. 그렇게 1966년 5월 19일 서울 청진동 10평짜리 옥탑방에 '민음사'가 탄생했다.

처음으로 펴낸 책은 일본어판 '요가' 번역본이었다. '요가'는 1만 5000권이 팔려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차기작으로 출간한 유주현의 '장미부인'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3000만 원 빚더미에 앉았다. 이후 건축 관련 책 외판 등을 하며 빚을 갚고 자본금을 모았다.

1970년대부터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문학 출판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청준 창작집 '소문의 벽'(1972)과 최인훈의 '광장'(1973) 등을 연달아 펴냈다. 특히 '세계 시인선'과 '오늘의 시인 총서' 등은 민음사를 대표하는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지금까지 민음사에서 펴낸 단행본 수는 약 1만여 종에 달한다.

민음사는 국내 작가의 산실이 되기도 했다. 1977년 민음사 '오늘의 작가상'을 통해 이문열, 최승호 등 스타 작가들이 탄생했다. 1981년에는 '김수영 문학상'을 제정해 김광규, 이성복, 황지우 등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35주년을 맞은 지금도 손미, 황인찬 등의 인기 작가들을 꾸준히 배출하며 한국 시단에서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했다.

1980년대 매출액 5억 원에 그치던 회사는 직원 수 120여 명, 매출액 350억 원(2015년 기준)에 달하는 대형 출판그룹으로 거듭났다. 계열사로는 과학전문출판사인 '사이언스북스', 어린이도서 출판전문 '비룡소', '민음인', '민음북스'를 두고 있다.

회사가 커지면서 잡음도 있었다. 2014년에는 출판업계 불황으로 일부 직원을 구두 해고했다는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결국 해고를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듬해에는 신인 작가와 '갑질' 수준의 불공정 계약서를 체결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박 회장은 지난 50여 년간 출판업계를 이끌어오며 문학의 대중화에 기여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 회장은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부회장,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 한국단행본출판협회 회장, 한국출판금고 이사직 등을 지냈으며, 출판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화관문화훈장과 2003년 인촌상 등을 수상했다.

'밤은 자꾸 여물어 갔다. 눈발처럼 퍼붓는 어둠 속에 도깨비들의 철학은 한창 무르익는다. 칼날 위에 춤추는 광대가 되어 버린 것은 낡은 얘기가 아니다. 바로 그것이 자유라는 것이었다.'(박맹호, '자유 풍속' 중)

글에 대한 믿음으로 표현의 자유를 지지했던 박 회장은 2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2남 1녀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4일 오전 6시다.

구유나
구유나 yunak@mt.co.kr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국제부/티타임즈 구유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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