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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재벌공화국은 없다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7.01.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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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반(反)기업, 반(反)재벌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고 재벌공화국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판결이다. 대한민국 법 위에 삼성이 있고, 재벌이 있다. 삼성 예외주의, 재벌 예외주의를 깨야 한다.”

촛불집회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유력 정치인과 대선주자들이 한 말이다. 이런 기류를 반영, 국회에는 재벌기업과 삼성을 견제하는 법률안이 줄줄이 발의됐다. 과연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인가. 대한민국은 재벌공화국인가.

검찰과 특검 수사내용을 보면 SK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았던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은 2014~2015년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설 및 최태원 회장 사면 등과 관련해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연락하고 식사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최근 언론에 공개됐다. 그 내용이 일반의 상식과 많이 다르다. 대한민국에서 재벌과 정치권력의 관계가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2014년 11월 김창근 회장이 안종범 수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의 일부다.

“국정을 다루심에 무척이나 바쁘신 줄 아오나 잠시 시간을 내어 주심을 허락해 주시기를 앙청합니다. 수석님의 상황이 어떠신지 몰라 문자를 드리는 결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여기서 핵심은 ‘앙청’(仰請)이다. 직역하면 ‘우러러 부탁한다’는 뜻인데 신하가 임금이나 황제에게 재가를 요청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대한민국이 재벌공화국이라면 오너인 최태원 회장 다음으로 SK그룹의 서열 2위인 김창근 회장이 대통령이나 청와대 비서실장도 아니고 일개 수석비서관에 불과한 사람을 임금이나 황제 대하듯 하겠는가. 식사나 차 한 잔 하자고 부탁하면서 용서해 달라고까지 하겠는가.

2015년 8월 형기의 3분의 2를 채우고 재계 총수 중 유사 이래 가장 긴 31개월의 수형생활을 한 최태원 회장을 박근혜 대통령이 사면해주자 김창근 회장은 다시 한 번 안종범 수석에게 문자를 보낸다. 김 회장은 “하늘같은 은혜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대한민국 기업엔 정치권력이 바로 ‘하늘’이다. 일방적으로 기업이 빼앗기고 당할 뿐 하늘 같은 정치권력과 무슨 뒷거래가 가능하겠는가. 거래는 서로가 대등한 관계일 때 가능한 일이다.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대가로 거래가 있었다는 검찰이나 특검의 논리는 비약이다.

대한민국은 과연 삼성공화국인가. 이재용 부회장 뇌물죄 논란의 핵심 사안인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은 애초 삼성은 물론 자본시장에서도 성사가 어려울 것으로 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합병 주총을 한 달 앞둔 시점에 악명 높은 헤지펀드 엘리엇이 뜬금없이 등장하면서 일이 꼬였다.

두 회사의 합병을 놓고 찬성파인 삼성 및 국내 기관투자자 소액주주들과 반대파인 엘리엇 진영이 맞서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키를 쥐게 되고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수석실, 보건복지부는 약삭빠르게도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지시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결의 뒤 1주일쯤 지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을 불러 미르재단 출연 등 이런저런 요구를 노골적으로 했다.

마치 동네 조직폭력배가 시장 상인들의 싸움에 끼어들어 이길 것 같은 쪽을 편들어주고는 엄청 생색을 내면서 뒷돈을 요구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검찰과 특검은 폭력배 두목은 놔두고 삥 뜯긴 시장상인을 뇌물죄로 처벌하겠다고 야단법석이다.

경총 부회장의 말처럼 “뭘 안 주면 안 줬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패는” 현실에서 무슨 재벌공화국이고, 무슨 삼성공화국이란 말인가. 재벌공화국은 없다. 삼성공화국도 없다. 대한민국에는 오직 조직폭력배 같은 정치권력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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